IT융합이 금융권에 휘몰아치고 있다. 은행의 고유 영역이었던 송금 서비스가 인터넷 업체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그 파괴력 또한 상당하다. 신용카드 업무 역시 인터넷 업체들이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결제 업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각종 규제와 법규 탓에 해외 시장의 흐름에 뒤쳐져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현재 금융 IT융합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27일 산업은행 산하 산은경제연구소가 내놓은 ‘ICT 업계의 금융업 진출에 따른 시장영향 분석’ 보고서에서는 “전통적 결제수단 축소, 스마트폰과 SNS의 영향력 증가, 빅데이터 활용성 강화 등으로 ICT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기관의 금융업 진출 기반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ICT 기업의 잠재력은 SNS, 전자상거래 등 사업 운영을 통해 축적된 막대한 정보”라며 “이러한 정보는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금융과 IT의 융합도 보고서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가입자에 대한 정보와 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알리바바, 아마존 등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인터넷 기업 주도의 금융 사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최근 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 IT 세미나에서 소셜네트워크 업체인 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는 “카카오가 한국에서 은행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국내 규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IT업계가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 모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가 많다. 이르면 3분기 중 출시될 예정인 카카오의 ‘뱅크월렛 카카오’도 대부분의 시중은행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실제 서비스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송금서비스가 가능해졌기 하지만 주요 기능은 소액결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액 송금, 온·오프라인 소액 결제, 은행 자동화기기(CD·ATM) 이용 등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반쪽짜리 서비스다.
업계에선 은행과의 협업이 필요한 뱅크월렛 카카오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e금융시스템 업체의 대표는 뱅크월렛 카카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은행의 가장 큰 수익모델인 송금 시장(수수료)을 그대로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뱅크월렛 카카오가 1일 10만원 한도 내에서 송금서비스가 가능한데 이는 은행들이 소셜 플랫폼에서의 송금 서비스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수단 이상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기존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한 송금 서비스가 규제 철폐 및 법적 제도 보완으로 가능해질 경우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온라인 결제 시장은 금융사들의 이해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 등장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처럼 기존 금융사 위주의 결제 시장에서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 은행’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점포 없이 인터넷을 통해 예금 수신이나 대출 등의 업무를 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IT 기술 발전과 지급결제수단의 변화 흐름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다
인터넷 은행은 소수의 영업점이나 영업점 없이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인터넷과 금융자동화기기(ATM) 등을 통해서만 제공하는 은행이다. 지난 1995년 미국 SFNB(시큐리티퍼스네트워크뱅크)가 처음 설립된 이래 영국, 일본 등에서 설립, 운영 중이다.
인터넷 은행 탄생이 현실화될 경우 IT업체들의 은행업에 대한 직접 참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미 이러한 IT업체 주도의 인터넷 은행 설립은 2000년대 한번 시도된 적도 있다. 지난 2002년 SK텔레콤, 안철수연구소, 이네트퓨처시스템 등 벤처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브이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실명제와 금산분리법 등 법적 규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해 결국 유야무야 됐다. 금융실명제의 경우 현재 인터넷 보험 등 실제 서비스가 나오면서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금산분리법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금산분리법은 은행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것을 금하는 원칙을 뜻 하는데 이는 대기업의 은행업 참여라는 사회적인 논란이 엮여 있어 합의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 은행 도입에 대해 ‘중장기인 검토’라는 단서를 단 것도 인터넷 은행 설립이 금융당국의 의지만 가지고 진행되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한차례 인터넷 은행 설립을 놓고 타당성 및 문제점이 노출된 바 있는 만큼 인터넷 은행설립이 재추진될 경우 소요되는 시간은 오히려 단축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인터넷 은행과 같은 파격적인 사업모델이 국내에서도 허용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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