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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제일모직 합병…더 명확해진 삼성 경영승계 구도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은 위기론과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교차하고 있는 ‘삼성호(號)’에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삼성의 신성장동력 육성 의지,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의 사업구조조정, 또 그룹의 3세 경영체제 강화까지. 비록 하나의 사안이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의미를 끌어낼 수 있다.

일단 이번 합병결정으로 삼성SDI는 자산규모 15조원, 연매출 10조원대의 대형사로 거듭나게됐다. 무엇보다 그동안 제기돼왔던 제일모직의 소재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도 분명해 보인다.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해 4분기 상장이후 첫 적자전환을 기록하는 어닝쇼크를 겪었다. 전세계 스마트폰시장의 침체로 인한 전방산업 약세로 소재부문 경영실적이 악화되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었고 이를 극복하는 것은 여전한 숙제다.

지난해 12월 중순, 평균 9만원을 넘었던 제일모직의 주가는 2개월여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지난 1월, 제일모직이 구상했던 1조8000억원대의 중장기 투자전략도 수정됐고, 또 올해 1분기중으로 예상됐던 사명 변경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패션사업부문을 떼낸 제일모직이 독자적으로 IT 소재 전문기업으로 육성되기보다는 삼성SDI, 삼성정밀화학 등 삼성그룹내 소재 계열사들과의 합병으로 방향을 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3월 초순, 주식시장에선 삼성정밀화학과의 합병설, 사명변경설 등이 나와 제일모직의 주가가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제일모직측은 사명 변경과 관련,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혀 의문을 자아냈었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 당시 사실상 합병논의가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제일모직’… 삼성전자 경쟁력도 강화 = 이번 두 회사의 합병비율은 삼성SDI 보통주 1주당, 제일모직 보통주 0.4425482이며 오는 5월 30일 주총을 거쳐 7월 1일 합병법인으로 공식 출범하게 된다.

시장에선 이번 합병을 놓고 ‘삼성전자 소재부문 수직계열화의 완성’이란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즉 삼성SDI의 부품과 제일모직의 소재가 결합함으로써 전자재료 및 2차전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경쟁력이 강해졌고, 이는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행보에 의미를 두는 이유로 꼽힌다.

앞서 삼성SDI측은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위해 소재부문의 경쟁력 강화가, 제일모직도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이어 에너지·자동차 소재 분야의 강화를 고민해왔다.

물론 신성장동력 육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전자재료, 케미칼, 시스템 등 IT소재와 에너지 토털 솔루션 분야를 특화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삼성측의 판단이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삼성측의 합병발표 이후 삼성SDI와 제일모직 두 회사의 주가는 모두 7~8%p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3세 경영승계 향배, “이변없이 예상대로” = 현재 삼성SDI의 대주주는 20%의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다. 또 제일모직은 국민연금공단이 11.63%로 1대주주, 삼성카드 등이 7%대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합병후 삼성전자의 삼성SDI 지분율은 11% 정도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합병이 기존 삼성의 순환출자구조상 특별히 기존 그룹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칠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삼성그룹의 3세 경영승계 구도에서 오래전부터 예상돼왔던 사업영역 구분은 보다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앞서 삼성측은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결정을 비롯해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삼성에버랜드 이관 등 다양한 사업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시장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및 제조, 금융부문을 맡고, 이부진 사장은 서비스 부문과 호텔, 중화학 계열, 이서현 사장은 패션, 광고 부문을 맡게될 것이란 관측을 해왔는데 현재까지는 시장의 예상진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올해 7월 이후 소멸되는 제일모직의 사명을 삼성에버랜드에서 승계할 경우 올 하반기 이서현 사장 중심의 패션사업 전략도 새롭게 단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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