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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내 시장 노리는 해외 생활가전 실력자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그 동안 국내 생활가전 업계는 삼성전자, LG전자를 중심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업체는 전자산업 전반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고 세계적인 규모로 덩치도 커졌다. 반대로 말해 국내 생활가전 시장에서 외국계 업체는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형 백색가전 시장을 조금씩 두드리고 있다. 사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과 같은 대형 백색가전이 아닌 소형 백색가전에서 외국계 업체는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예컨대 커피메이커나 전기면도기, 블렌더, 다리미, 전동칫솔, 전기그릴, 무선진공청소기 등은 국내 업체가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의 대형 백색가전 진출은 국내 업체에게 실질적인 위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다. 무선진공청소기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대형 백색가전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점치는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도 삼성전자, LG전자에 비해 뒤질 것이 없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다만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A/S), 그리고 물류비용 등이 관건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렉트로룩스는 동부대우전자와 전략적 제휴에 들어간 상태다. 동부대우전자로부터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 백색가전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하는 형태다. 유통망은 전자랜드, 하이마트와 같은 전문유통업체를 이용한다.

중국 하이얼의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국내에서 소형 세탁기나 냉장고 위주로 펼쳐왔던 사업을 용량을 대폭 키우고 보다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산요의 백색가전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품질과 디자인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외국계 생활가전 업체가 국내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는 그만큼 틈새가 만들어져서다. 삼성전자, LG전자가 프리미엄에 집중하면서 밀레, 지멘스, 다이슨 등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다. 일렉트로룩스와 하이얼은 프리미엄보다 중저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 LG전자는 외국계 업체와 안방에서 맞붙어본 경험이 거의 없다.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수익성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과, 소형 백색가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장 시장을 외국계 업체에 넘겨주리라는 예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확실한 것은 소비자의 입맛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사실이다. ‘명품 냉장고’, ‘강남 아줌마 냉장고’로 불리며 입지를 굳힌 이탈리아 스메그가 단시간 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영향력을 높일 수 있던 원동력이다. 보쉬지멘스가 별도의 생활가전 지사를 설립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1~2년 안으로 외국계 업체가 대단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LG전자로 대표되는 국내 생활가전 업계가 긴장하고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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