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플래그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5 옥타가 삼성의 차기 스마트폰인 갤럭시노트3에는 탑재되지 않는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오는 9월 발표 예정인 갤럭시노트3에 자사 엑시노스 옥타 AP를 탑재하지 않기로 했다. 그간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 갤럭시노트 등 전략 스마트폰에는 자사 플래그십 AP를 탑재(일부 지역)해왔었다. 그러나 엑시노스5 옥타를 탑재한 갤럭시S4가 발열 등의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자 차기 모델에는 이를 배제하기로 했다.
엑시노스5 옥타는 ARM의 빅리틀(big.LITTLE) 설계 구조가 적용된 최초의 AP였다. 빅리틀은 자원을 많이 사용하는 ‘큰 작업(빅)’은 고성능 코어가, 적게 사용하는 ‘작은 작업(리틀)’은 저전력 코어가 연산을 하는 구조. 삼성과 ARM 측은 빅리틀 설계 구조를 적용한 AP가 최대 70%의 전력 절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무선사업부 자체 검증 결과 작은 작업을 수행할 때도 고성능 코어가 작동해 오히려 전력을 더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큰 코어, 작은 코어가 전환할 때 걸리는 시간도 예상 외로 길어 전체적으로는 성능 저하를 야기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엑시노스5 옥타는 주변부 회로의 덩치가 커 패키징되어 나온 칩의 면적이 넓다. 이는 완제품 설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빅리틀 설계 구조의 AP를 아직 상용화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빅리틀 AP는 소프트웨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급하게’ 제품이 출시됐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운 AP를 추가하면 기판 설계 및 테스트 비용만 무려 10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며 “그간 무선사업부는 ‘부품내재화’라는 전사적 의무감으로 엑시노스 제품군을 인큐베이팅 해왔지만 최근 ‘성장 정체’ 우려감이 불거져 다른 사업부를 돌볼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RM 측과 ARM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비영리단체 리나로(Linaro)는 빅리틀 프로세서의 작동 알고리듬 효율화를 위해 연구개발(R&D)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전자 등 다른 AP 업체들은 빅리틀 알고리듬의 효율화가 이뤄진 내년 상반기께 관련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근 AP 물량 감소로 실적 몸살을 앓고 있다. 차기 아이폰에 탑재되는 애플 AP 파운드리 물량도 대만 TSMC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차차기 제품인 10나노대 3D 핀펫 공정 물량(삼성 14나노, TSMC 16나노)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TSMC와 수율 경합을 벌이고 있지만 이 역시 확신이 없어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높다.
한 전문가는 “플래그십 AP가 성능 문제로 자사 스마트폰에 미탑재된다는 건 그간 쌓아온 기술력 이미지가 손상됨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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