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2009년, 네트워크 분야의 선두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는 자사의 네트워킹 기술이 결합된 독특한(?) 컴퓨팅 시스템을 시장에 내놓았다.
외형은 x86 서버와 비슷했지만, 컴퓨팅과 네트워크, 스토리지 액세스가 단일 아키텍처로 통합되는 등 기존 서버들과는 다소 다른 형태였다.
통합컴퓨팅시스템, 이름마저 생소한 시스코의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사진>의 등장에 IBM 등 기존의 서버 업체들은 처음에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물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다.
네트워크를 팔던 업체가 서버를 팔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며,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관련 비즈니스를 접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년 여가 흐른 지금, UCS는 여전히 건재해 있고 실제 주목할 만한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1만 1000여곳 이상의 고객사가 다양한 이유로 UCS도입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북미지역 x86 기반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국내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서도 약 1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블레이드 서버 시장 자체가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x86 시장의 10~2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여전히 크지 않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이드 서버 시장은 해마다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이유는 무엇일까.
시스코코리아 최우형 부장은 “최근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면을 줄이기 위해 집적도를 높이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블레이드 도입이 높아지면서 시스코 UCS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스코는 블레이드 서버를 주력으로 하고 있지만, 랙마운트형 서버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의 대세는 블레이드 서버가 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특히 지난 2~3년 간 가상화나 전기요금 상승 등의 이슈는 국내 블레이드 도입 비중을 높이는 동력이 돼 왔다. 실제 가상화 환경에서는 이전보다 IO카드가 많이 필요해졌고, 랙마운트 서버의 경우 이로 인해 케이블 구성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
블레이드 서버의 성능이나 발열 등도 많이 안정화되면서 오히려 전력 비용이 랙마운트 서버에 비해 10% 가량 절감이 가능하다는 자료도 있다.
최 부장은 “시스코는 UCS 출시를 이미 지금으로부터 6년 전(2007년)부터 계획해왔으며, UCS 출시 전에 내놓은 것이 바로 넥서스 스위치”라고 강조한다.
UCS는 서버의 네트워크 포트와 연결된 시스코 넥서스 스위치의 통합 패브릭 기술로 IO카드를 가상으로 수백 대까지 확장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물리적으로 연결된 스위치 개수는 간소화시켜, 케이블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이는 서버와 네트워크 관리자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지난달 출시된 3세대 UCS 신제품에서 더 극대화됐다.
이전 세대 UCS 서버에 비해 메모리 용량은 8배, IO는 4배로 늘어났으며, UCS 매니저를 통한 통합 관리가 가능해졌다. 또한 UCS 매니저는 시스코 통합 패브릭 기술과 통합돼 단일 도메인 내에서 블레이드 서버와 랙 서버를 통합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패브릭 인터커넥터는 단일도메인에서 160~320개 서버까지 관리할 수 있다.
올 하반기에는 다중 UCS 도메인에 대한 중앙 관리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 기능이 추가될 경우, 단일 데이터센터 혹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곳곳에 있는 수천대의 서버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또한 UCS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서비스 프로파일’이다.
최 부장은 “시스코 UCS 아키텍처를 관통하는 특징으로는 크게 IO 가상화와 FCoE, 서비스 프로파일, 패브릭 인터커넥터 등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며 “이중 서비스 프로파일의 경우, IT 관리자들의 운영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하게 해 주는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시스코 측은 이를 하드웨어 상태 가상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 부장은 “UCS 내에 별도의 칩이 있는데, 이는 마치 휴대폰의 유심칩처럼 메타정보 파일을 갖고 있어서 서버의 네트워크 드라이브, RAID, BIOS 등 하드웨어 시스템 설정 값을 저장해 둔다”고 설명했다.
즉, 이 칩이 서버의 하드웨어 설정 값을 저장해 두었다가 장애가 발생해 이를 복구할 때 미리 설정해 둔 펌웨어나 드라이버 환경을 자동으로 설정해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버에 장애가 나면, 운영체제(OS)를 다시 깔고 세팅하는 데에만 몇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기능을 이용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이전에 설정해 놓은 상태로 돌릴 수 있다. 이를 통해 빠른 서비스 재개가 가능하다.
특히 이 기능은 데스크톱 가상화(VDI) 등의 환경에서 유리하다. 젠(Xen)이나 KVM 등 가상화 솔루션 설정 값을 세팅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깔면 그만이다. 가상화 환경에서 뿐만 아니라, 다수의 서버를 운영하는 IT환경에서 유리하다.
최 부장은 “일반적으로 데이터센터 내에 운영 서버가 100대가 넘어가야 되면 인프라의 복잡도는 크게 증대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IO아키텍처를 바꿔야 한다”며 “이같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서버는 UCS”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LG전자와 팬텍앤큐리텔, KT, 수자원공사, 더존비즈온, KBS, 네오위즈게임즈 공공과 제조, 통신, 방송,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사가 UCS를 도입한 상태다. 시스코와 통합 데이터센터 설계 솔루션을 내놓은 EMC나 넷앱과 같은 스토리지 업체도 본사 차원에서 자사의 내부 서버 인프라를 UCS로 교체하기도 했다. 극명하게 눈에 띠진 않지만 서서히 시장에서 UCS의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는 것이 시스코 측의 설명이다.
국내 x86 서버 시장은 연간 1조원 규모다. 이중 HP와 델, IBM 등 주요 서버 업체의 매출이 6000억원, 나머지는 화이트박스 서버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 틈을 UCS가 깊이 파고 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유통 비즈니스가 중요한 x86 서버의 특성상, 기반을 갖추지 못한 시스코가 단번에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서버가 아닌, 전체 인프라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갈수록 복잡해지는 데이터센터의 환경을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는 점을 시스코는 강조한다. 가상화, 클라우드 환경으로 진화할수록 네트워크 구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여기에 가장 적합한 서버가 UCS라는 주장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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