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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록 칼럼

[취재수첩] SNS를 심의하겠다는 정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해 이맘때쯤, 기자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IBM의 IOD(Information On Demand) 2010 행사를 참관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넓디 넓은 행사장을 가득 뒤덮었던 문구는 다름 아닌 ‘빅 데이터(Big Data)’였다.

IBM은 앞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여러 형태로 쏟아질텐데 기업들은 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물었고, 자신들은 그에 대한 솔루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빅데이터는 국내 IT업계에도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때마침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놀랄만한 진화도 병행됐고, 데이터의 폭발성을 배가 시켰다.

SNS는 소통의 중심에 섰고, 그에 기반한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는 금융, 유통, 공공, 제조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부연하자면, 이미 지난해에 전세계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80%는 이미 SNS와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가 차지하고 있다.

정형 데이터는 통계와 같은 명확하게 분석이 가능한 데이터가 아니라 영상이나 그림처럼 기존의 분석도구로는 해석이 안되는 데이터, 또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막대한 정보로 정의된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서 쓸모있는 정보를 신속하게 끄집어 내 비즈니스에 활용할려면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 있는 능력, 즉 통찰력(Insights)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이 이같은 '통찰력'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최첨단의 IT인프라의 도움없이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1일 오후 늦은 시간, 전세계가 주목할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애플리케이션(앱)을 심의하는 전담팀 신설 방안이 야당 추천위원들이 퇴장한 끝에 강행처리 됐다는 소식이었다.

방통위 통신심의국 산하에 SNS와 앱을 심의하는 '뉴미디어 정보 심의팀'의 신설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소식이 알려지자 즉각 SNS에선 '여론 검열'이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나꼼수'와 같은 정권 비판에 날을 세우는 신종 뉴미디어를 통제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있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이나 사진 등에 대해 게시자에게 자진 삭제를 권고한 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정 자체가 차단될 수 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 침해 등 위헌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문제의 소지'가 되는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앞서 알려진 바 대로라면 방통위의 심의 대상은 ▲헌정질서 위반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국제 평화질서 위반 등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현령 비현령이다. 판단의 기준이 명쾌하거나 명확하지 않으면 반발과 갈등만 불러오기 마련이다.

한편 이같은 심의가 과연 '표현의 자유'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느냐 여부와는 별개로, 과연 이같은 뉴미디어에 대한 심의가 기술적으로 가능할지런지 그 것부터가 사실은 더 의문이다.

며칠새 수십만건 많게는 수백만건의 콘텐츠가 생성, 소멸, 진화하는 SNS와 같은 뉴미디어를 심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용케도 방통위가 한 두 개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콕 찝어서 심의를 하고, 계정을 차단하는 등의 성과를 거둘수는 있다. 그 것이 정부가 의도한 본래의 목적이었다면 몰라도 지금의 기술로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SNS와 같은 뉴미디어는 바로 '빅데이터'의 영역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즉, 통제와 심의의 대상이 아니라 정확한 통찰력을 얻어야 하는 대상이다.

다양한 형태의 뉴미디어를 통해 제기되는 다양한 시장의 목소리,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분석해 그것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선량한 의도가 아니라면 거대한 빅데이터 속에서 오히려 길을 잃을 우려가 크다.

모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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