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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야구단 창단’…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나

- 오프라인 경험 전무가 약점…기존 구단의 협조도 중요
-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에 엔씨 아킬레스건 작용 가능성 제기

- 게임산업협회장 인선 두고 엔씨 행보에 잡음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이하 엔씨)의 야구단 창단이 유보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11일 이사회를 통해 9구단 창단에는 합의했다. 다음 이사회에서 엔씨소프트와 함께 창단 의사를 밝힌 2개 업체에 대한 창단 적합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에 엔씨 측은 창단 준비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9구단 창단은 20년간 단일리그 8구단 체제로 이어온 프로야구계에서는 일대 사건이다. 야구계는 9구단 창단이 KBO에서 합의됨에 따라 시장을 붐업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것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사의 프로야구 진출이 사행성, 과몰입 등의 부정적인 게임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게임사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면서 당당히 산업의 한 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야구단 창단이 엔씨에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 구단이 제기하고 있는 엔씨의 야구단 운영역량 검증의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야구단 창단을 이유로 들어 게임산업협회장 인선을 고사한 엔씨의 행보와 게임을 겨냥한 정부 규제에 따른 대형게임사의 미진한 대응이 함께 업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온라인 기반의 성공, 오프라인으로 가져가기 어려워=일단 온라인에 머물던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업계 관측이다. 성공은 물론 온라인 기반 기업의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사례 자체도 찾기 힘들다.

엔씨의 야구단 창단에 비견될 사례로는 대표적 인터넷기업인 포털 다음이 2003년 온라인보험업 진출이 있다. 당시 포털 다음의 과감한 행보는 업계의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온라인 기반의 보험업이지만 새로운 업종의 적응에 실패했다. 수익을 내지 못한 다음은 결국 보험 계열사를 독일의 에르고그룹에 매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엇나간 다음의 이 같은 행보는 SK컴즈 등 경쟁사에 밀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엔씨의 야구단 창단은 다음의 보험업 진출보다 해법이 어렵다.

2010년 엔씨의 예상 순수익은 2000억원선. 현금성자산은 6000억원선으로 한해 구단 운영경비 150~200억과 이보다 배는 들어갈 창단 제반비용 조달에 당장의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프로야구 구단운영은 수익사업이 아닌 투자 개념이다. 지난 30년간 프로야구가 이어져왔지만 지속적인 수익을 내는 구단은 없다. 신생구단이 선수수급을 통해 현재 1군의 실력으로 팀을 끌어올리려면 4~5년간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자금지원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다.

이와 더불어 엔씨의 야구단 운영능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야구단은 삼성이나 롯데 등 연매출 수십조의 대기업이 운영한다. 그룹 계열사가 서로 지원하면서 운영 시너지를 도모한다. 손을 내밀만한 계열사가 없는 엔씨는 홀로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더욱이 온라인 게임서비스와 전혀 성격이 다른 야구단을 한 회사에서 운영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 엔씨에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들도 야구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계열사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엔씨의 경우 사업적인 어려움이 생기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엔씨가 독과점인 프로야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8개 구단의 협조도 중요하다. 창원 연고의 9구단의 경우 같은 경상권 구단인 롯데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롯데는 9구단 반대이유로 부실구단 난립 가능성과 얇아지는 선수층에 따른 경기 질적 저하 등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 움직임…엔씨에 타격 줄 수도=2010년은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게임에 대한 대중의 날선 비판이 더해지면서 게임업계가 숨죽인 한해였다.

지난해 게임에 빠져 딸을 굶겨 죽인 부모나 게임을 그만 즐기라며 자신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한 중학생 등의 사건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크게 증폭시켰다.

더욱이 최근 KBS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에서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방송이 진행돼 게임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다. 특히 방송에 출연한 최영희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논지의 주장을 펼쳐 게임업계를 긴장시켰다.

이 같은 대외 분위기 때문에라도 셧다운 제도가 규제의 끝이 아니란 게 업계 관측이다.

오랜 기간 논란을 빚고 있는 아이템 현금거래의 경우 관련 규제가 들어오면 엔씨는 아킬레스건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수익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리니지1‧2’와 ‘아이온’이 아이템 현금거래 규모가 가장 큰 게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의 MMORPG 인기는 현금거래가 기반에 깔려있다”며 “커뮤니티가 사람들을 붙잡아 두는 것도 한 부분이나 수년간 즐기는 사람들은 그동안 아이템 현금거래에 돈을 쏟아 부은 게 아까워 게임을 그만두지 못하고 정액권 결제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아이템 현금거래를 근처에 깔고 있는 인기 MMORPG는 규제의 향방에 따라 하루아침에 무너질 공산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야구단 운영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될 엔씨의 경우 규제 이슈에 대해 신속한 대응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차기 게임산업협회장에 “대형사 나서야” 업계 목소리 높아=이 같은 규제 이슈에 대한 게임업계의 조직적 대응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선 업계 구심점의 역할을 할 게임산업협회의 차기 협회장 인선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김기영 게임산업협회장(한빛소프트 대표)의 뒤를 이을 후보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물망에 오른 업체들이 협회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게임사 가운데 회장직을 맡지 않은 곳은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가 꼽힌다. 앞서 넥슨과 NHN이 회장직을 맡았기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에 협회장직의 무게추가 기우는 상황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최근 신임대표로 교체된 바 있어 올해 협회장을 맡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앞선다.

더욱이 엔씨의 김택진 대표의 경우 벤처신화를 일군 현 게임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인데다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로써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산업협회장에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회장 인선과 관련해 엔씨 측은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협회장직을 고사한 것이다. 수년간 차기 협회장의 바통을 넘기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그럴 때마다 반응을 보이지 않던 엔씨다. 더욱이 올해 엔씨는 “야구단 문제로 한창 바쁜 시기”라며 또 다시 타 회사로 바통을 넘겼다.

이에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 대형사가 나서서 중소기업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콘텐츠 제작지원을 하던지 정부 규제에 대한 대외적인 활동을 벌일 때”라며 “엔씨의 경우 야구단 창단에 앞서 협회장 자리를 먼저 수락해아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규제가 들어오면 영화계 같으면 삭발하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는데 게임업계는 누구하나 나서는 이가 없고 따로 논다”며 “기업끼리 윈윈하거나 동반자라는 인식이 매우 약하다”고 자평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업계에는 상생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쉽지 않다”며 쓴 소리를 이어갔다.

이처럼 게임업계에 상생 없이 적자생존의 법칙만 난무할 경우,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반응도 나온다. 셧다운 등 규제로 한창 뜨거웠던 작년에도 게임산업협회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대형사를 비롯한 전 게임업계가 쉬쉬하며 눈에 띄는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건이 터져야 움직이는 현 게임업계의 관성과 타성이 지속되는 한 아이템 현금거래 규제 등이 언제든 게임업계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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