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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은 PC 제조업체 입장에선 리스크가 큰 운영체제(OS)다. 구글은 이 OS를 무료로 배포한다. 따라서 뭐가 됐건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제조업체 입장에서 이것은 리스크다. 소비자도 마찬가지. 기업 소비자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이러한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구글은 시시각각 새로운 버전의 OS를 내놓을 것이며 소비자는 제조업체에 업그레이드를 요구할 것이다. 치명적인 보안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이것은 제조업체에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구글이 지금까지 보인 행태를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스마트폰의 경우 이른바 블랙마켓이라 불리는 사설 앱스토어를 통해 유료 프로그램을 공공연하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구글은 뒷짐만 지고 있다. 앱스토어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구글 입장에선 당연한 처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은 플랫폼 종속화라는 과실은 따먹고 있다. 개발자들이 애플 앱스토어를 선호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제조업체는 크롬OS를 다룰 줄 아는 개발 인력을 늘려야 할 것이며 이것은 고정비용의 증가를 야기할 것이다. 무료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료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사후 관리라는 항목을 고려하면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PC 제조업체가 구글 크롬OS를 채택하는 것은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이의 배를 불려주는 격이다.
구글과 같은 인프라를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차라리 그 비용으로 구글 서비스에 기생하는 독자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일 수 있다. 세계 1위 PC 제조업체인 HP의 경우 웹OS를 보유한 팜을 인수함으로써 향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도 사업부간 소통을 통해 바다 OS를 넷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업체는 구글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에 머물러 있는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OS를 만들어 삼성전자 등과 세계 시장을 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구글도 하는 데 네이버나 다음이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에선 태블릿에 대한 실수요와 대기 수요에 밀려 넷북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다만 이머징 시장에선 여전한 성장이 예상된다. 크롬OS를 탑재한 넷북은 인터넷과 연결이 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씬 클라이언트다. 선진 시장에선 태블릿에 밀리고, 이머징 시장에선 네트워크 인프라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크롬 넷북은 당장 대단한 파급 효과를 보이진 못할 것이다.
[한주엽기자 블로그=Consumer&Prosu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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