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월 25일 방통위가 해당 서비스를 인가했고 이제 SKT의 올인원 55 요금제 이상을 쓰는 이들은 어디에서나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 대한 기대 이상으로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무제한 데이터라고 말하고는 70MB 제한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죠. 이로 인해 완전한 무제한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무제한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무제한을 원칙으로 하지만, 조건에 따라 제한을 두고 있는 만큼 조건부 무제한이라는 표현이 맞겠지요.
이에 대해서는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 발표할 때 SKT의 설명이 부족해 오해를 낳은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 전 몇몇 블로거들과 함께 SKT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을 들어보니 실제 오해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은 듯 싶더군요.
◆70MB 제한, 사실은...
먼저 70MB(요금제에 따라 100/150/200MB로 제한) 제한이 있는 전제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지요. 하지만 하루 70MB로 영원히 제한된다고 믿는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황에 따라서 영원할 수도,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일단 70MB 제한에 들어가는 상황을 한번 보죠. 일단 70MB 제한에 들어가려면 특정 지역(이후부터 셀로 표기)에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초다량 사용자가 몰려 있어야 합니다. 한 셀에 이러한 초다량 사용자가 나타나 일정 시간 동안 홀로 대규모 전송 용량을 점유하면 다른 이용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해 스마트 QoS(Quality of Service 서비스 품질)를 작동시켜 인터넷 서핑이나 e-메일, 메시징 등 꼭 필요한 데이터 작업의 품질을 보장하도록 설계한 것이죠.
초다량 사용자가 나타나야만 작동하는 스마트 QoS
그렇다면 초다량 사용자를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지 궁금할 겁니다. SKT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가운데 1%가 전체 용량의 54%를 차지하는 초다량 사용자라고 밝혔는데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한 지역에서 이러한 초다량 사용자를 만날 확률은 0.01%라는 것이 SKT의 주장입니다. (운이 없게) 0.01%라도 어쨌든 이러한 초다량 사용자를 만나면 그 셀은 70MB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무조건 제한을 받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지역의 데이터 용량을 과도하게 점유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스마트 QoS는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지속적인 초다량 사용자가 있는 지역에 시설 확충
SKT가 데이터 무제한을 내놓으면서 음성과 데이터를 분리해 망을 관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은 이미 아는 이야기일 겁니다. 둘을 분리한 이유는 데이터 수용량을 2배 늘리는 것 외에도 음성과 데이터를 혼용해 망을 관리하면 음성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데이터에 더 많은 제약을 둘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또한 데이터 용량을 늘리기 위해 지금 1개인 데이터 전용으로 주파수 할당(Frequency Assignment)을 3개까지 늘리고,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수용하는 옴니 안테나 대신 데이터 전용 옴니 안테나를 추가해 수용용량을 늘리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초다량 사용자가 나타나는 특정 지역에 대해서 펨토셀 장비를 설치
데이터 펨토셀은 낯선 용어지만, 개념은 무선 랜 공유기와 같습니다. 그러니까 초고속 인터넷에 무선 랜 공유기를 연결한 뒤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듯이, 펨토셀도 똑같이 초고속 인터넷 망에 무선 랜 공유기와 비슷한 펨토셀 장치를 설치하면 3G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초고속 인터넷 망에 연결된 3G 공유기라고 할 수 있겠죠. 팸토셀의 최대 전송 속도는 21Mbps입니다.
이것이 펨토셀 장치. 무선 랜 공유기만한 크기다.
◆무제한 데이터에 대한 시각차 남아 논란은 계속될 것
70MB 제한에 대한 오해는 더 이상 없기를 바라지만, 아마 이같은 설명을 하더라도 오해를 사기 마련입니다. 70MB 제한도 무제한 데이터가 시행되면서 생긴 여러 시각차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3G와 와이파이(무선 랜)에 대한 시각차는 이통사뿐만 아니라 이용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입니다만, 이는 이통사의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정책이라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SKT를 비롯한 이통사들의 기본 업무는 이용자들이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 망을 서비스하는 것입니다. 어떤 망이 되었든 간에 이동 중 음성이나 데이터를 끊어짐 없이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 점에서 SKT는 부담없이 데이터를 쓸 수 있는 3G 망 연결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뿐입니다. 다른 이통사는 자사의 환경에 맞춰 별도의 망을 갖추고 나가고 있을 뿐이지요.
무선 랜은 수용 지역이 좁아 데이터 주력망으로 적절치 않다고 하는 SKT.
이통사들은 저마다의 환경에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살려 그것을 사업적으로 유리하게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3G 무제한과 무선 랜으로 양분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 둘은 나뉘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수단으로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3G에 우선 순위를 두고 무선 랜을 보완책으로 삼은 쪽과 무선 랜을 우선에 두고 3G를 보완책으로 쓰는 두 가지 방향 가운데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3G 무제한이든 무료 무선 랜이든 어느 쪽이 더 스마트폰 환경에 더 적합한지 이용자가 선택할 몫으로 남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여러 가지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이용자들이 혼란을 빚고 있는 점도 있고 오해를 사는 점도 많은 것 같은데, 이럴 때일 수록 이용자들은 어느 쪽이 더 유리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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