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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이동 3개월 제한 어떻게 봐야 하나

- 마케팅 과열 진정·업계 투자 촉진 효과 기대
- 사업자 마케팅 정책 실패에 정부가 해결사 노릇?


방통위가 지난달부터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번호이동 3개월 금지에 이어 이달 부터는 신규가입자에도 동일한 조항을 적용하는 ‘이동전화 번호이동 운영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고 고객에게 사업자 선택의 폭과 공정경쟁을 통한 편익을 주기 위해 도입된 번호이동 제도가 소비자의 자유로운 번호이동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정책 실패에 대한 손실을 방통위가 정책을 통해 보존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3개월간 번호이동 제한의 경우 결과적으로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영업행위에 개입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방통위가 이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입자가 직접 관리센터에 신청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예외를 허용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 불편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쟁을 둔화시키는 것 역시 제도 취지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번호이동 제한 법적인 근거 있나?=방통위는 이동통신 번호이동 운영지침과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에 의거 지난해 5월에 고시한 이동전화서비스 번호이동성 시행 등에 관한 기준 25조를 법적인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25조(운영지침)을 보면 “관리센터(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고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세부사항을 정해 방통위에 보고한 후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방통위는 번호이동성 도입의 의의와 관련해 “전화번호 변경으로 인한 불편을 방지하고 사업자 선택폭과 공정경쟁을 통한 편익을 주기 위함”으로 규정짓고 있다. 또한 도입전제사항에도 가입자의 편의성 확보, 민원발생 최소화, 업계의 자율성 증진 및 규제의 최소화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이동전화 번호이동제도 개선이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사업자의 제안으로 시행되는데다 당초 취지였던 번호 변경 불편 방지, 공정경쟁, 자율성 증진과는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번호이동자가 아닌 신규가입자나 명의변경자에게도 번호이동을 제한하는 것 역시, 번호이동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도 시행의 목적 중 하나가 잦은 번호이동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최초 가입자에게도 이 같은 방안을 적용하는 것은 당초 ‘메뚜기 족’을 방지하겠다는 것을 넘어 정부가 사업자의 묶어두기 전략에 동조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3개월 이전에도 소비자가 원할 경우 번호이동이 가능하지만 직접 번호이동센터에 신청해야 해 과거에 비해 불편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부지런한 ‘폰테크족’이나 ‘메뚜기족’이 3개월내 열심히 번호이동을 하더라도 사업자의 모니터링 대상이 될 뿐 실질적으로 이들을 막을 방법은 없어 실효성 여부도 관심을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3개월간 마케팅을 통한 재이동 유인이 제약되는 점에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점이 있지만 예외 허용으로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지는 않는다”며 “제한기간 내 본인의 직접 신청의 경우 원칙적으로 대리점을 방문해 신청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절차의 번거로움으로 인한 차별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번호이동제도의 근본 취지는 정상적인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었는데 최근 시장상황은 과열마케팅만이 남아있다”며 “원론적인 법 취지는 그렇지 않더라도 정책 당국이 어느정도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녹색소비자연대의 전응휘 위원은 “원래 법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작위적인 법 해석을 통해 사업자들의 영업행위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사업자의 담합을 방통위가 허용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마케팅 비용에 돈 없는 통신사…방통위 투자 촉진 고육책?=그렇다면 방통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왜 사업자들의 3개월 이동제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일까.

그 동안 이통 사업자들은 폰테크, 메뚜기족 등의 양산과 사업자간 지나친 경쟁으로 시장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는 결국, 사업자들이 마케팅 정책과 의무약정제에 대한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통사들은 지난해 보조금 규제 폐지로 시장과열이 예상됨에 따라 의무약정제 도입을 통해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둔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제 의무약정제가 도입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현재 대부분의 가입자가 의무약정제를 통해 이통사에 가입함에도 불구, 이통사 스스로가 낮은 위약금을 책정해 잦은 번호이동을 현실적으로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사업자들의 마케팅 정책 실패에 대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의무약정제나 업계 자정노력 등을 통해 충분히 사업자 스스로 할 수 있음에도 불구, 사업자들이 정부에 손을 내밀었고, 정부가 이를 잡은 셈이다.  

방통위는 번호이동 제한기간 확대 적용과 관련해 “마케팅비용 감소를 통한 투자확대 유도 등 신규서비스 개발 여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폰테크 등의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효과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업자의 투자를 유인해야 할 입장인 방통위로서는 사업자의 요구를 들어줘 투자 촉진을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사업자간 과열경쟁 자제 결의, 의무약정제 시행 등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이번 이동전화 번호이동 제한이 실제 과열경쟁을 진정시키고 이통사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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