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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씁쓸했던 중국 IDF

인텔 개발자 회의(IDF)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내렸다. IDF(Intel Developer Forum)는 인텔 개발자들의 연구 성과나 회사 로드맵을 선보이는 자리다. 인텔이 컴퓨터의 핵심 부품인 세계적인 CPU 메이커라는 점에서 항상 IDF 행사는 국내외 IT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이번 IDF행사에서도 인텔은 45나노 ‘펜린’ 공개, 새로운 UMPC 플랫폼, 2테라플롭을 시연함으로써 참관객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기자는 이번 IDF행사 현장에서 불만과 아쉬움, 그리고 착잡함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중국의 열악한 IT인프라와 주최측의 운영 미숙은 어차피 예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IDF행사에서 인텔이 '거대 시장' 중국에 쏟는 열정을 지켜봐야하는 것은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IDF 행사에서 인텔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R&D센터의 중요성을 수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인텔은 올해 초 한국에서 R&D센터 철수 계획을 발표해 버렸다. 인텔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R&D센터를 중국에선 그렇게 강조했음에도 왜 한국에선 뜬금없이 철수한다고 했을까. 또한 인텔의 IDF행사 축소 계획에 따라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됐던 IDF행사도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텔이 한국에서 개최한 유일한 행사가 되버릴 공산이 커졌다. 그 이유는 독자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장이 매력이 없고, 그러다 보니 R&D센터와 같은 홍보적 성격의 투자마저도 망설여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텔에 서운해 할 필요도 없다. 정도의 차이가있겠지만 글로벌 IT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보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행사를 놓고 뭔 의미를 그렇게 두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에 비해 뛰어난 IT인프라 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글로벌 IT업계의 관심은 역시 '시장'이다. 해외에서는 아직도 한국의 IT수준이 뛰어나다고 치켜세운다. 정통부, 산자부, 그 산하 IT기관 등 정부 공무원들은 그러한 평가에 우쭐해 하고 홍보성 보도자료 만들기에 바빴다. 아무 생각없이 부하뇌동했던 언론도 책임을 공감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냉정해지고 영악해졌으면 좋겠다. 결과적으로 국내 IT업체들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5년전과 비교해 더 성장했는가. 그 반대일 것이다. 우리 나라가 IT에 있어서는 지금까지‘글로벌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의 막중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너무 해외의 칭찬에 안주해왔던 것이 아닌가 때늦은 후회가 된다. 더 이상 글로벌 IT업체들의 '리트머스 시험지'로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우리 스스로가 더 새로운 무엇을 찾아야 할 시점이 됐다.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당장 할 말은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는 본질까지 애써 외면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글로벌 IT업체들이 우리에게서 검증받고 실질적인 투자나 생산은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시장으로 빠진다 하더라도 어차피 그것은 예상됐던 그들의 행보였다. 우리의 IT시장이 여러 이유로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거점이 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IT인프라와 기술력을 지금보다 더 생산적인 곳에 집중한다면 시장규모는 중국보다 작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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