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천욱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매각 가능시점을 거론한 언론 인터뷰발언이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강 사장은 MBK와 영풍이 10년 동안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양측이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에는 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10년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사장이 기존 경영협력계약과 다른 거짓 발언을 했거나, 강 사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MBK와 영풍이 경영협력계약 내용을 부실 공시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주주와 시장, 당국을 속였다는 점에서 강한 해명 압박을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언론보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MBK와 설립 중인 펀드가 10년(운영)을 확약했다"며 "단기에 엑시트(투자금 회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을 최소 10년간 경영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이 MBK와 영풍이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의 내용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MBK와 영풍의 경영협력계약에 따르면 영풍은 경영협력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10년이 경과한 이후에는 MBK가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우선 매수할 권리를 갖는다. 이는 영풍이 적어도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MBK가 고려아연 주식을 10년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혹은 10년간 보유해야 한다’는 내용은 공시한 경영협력계약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경영협력계약에는 MBK의 경우 어떠한 제약 요건도 나와 있지 않다.
오히려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각요구권(드래그얼롱)’이라는 특별한 권한까지 갖고 있다.
또한 공동매각요구권의 행사 기한에 제한을 둔다는 내용 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MBK는 언제든지 본인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과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중국이나 해외 등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IB업계의 평가다.
이러한 이유로 강성두 영풍 사장의 발언을 놓고 진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투기적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해외에 넘기거나 각종 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강성두 영풍 사장이 MBK를 옹호하는 과정에서 거짓 발언을 했거나, 아니면 지난 9월 공시한 영풍과 MBK의 경영협력계약이 허위일 수 있다는 애기”라며 “만약 공시에 나오지 않은 숨겨둔 사항이 있다면 이는 영풍 주주들을 속이는 행위로, 문제가 되는 경영협력계약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주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로운 경영협력계약을 추가로 맺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풍 주주들의 입장에선 이 역시 중요한 사안으로 이를 비밀에 붙이고 있다면 이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한편 MBK와 영풍이 맺은 경영협력계약에서 ‘기한’이 명확하게 적시된 사항 중 하나가 문제의 콜옵션이다. MBK는 공개매수 종료일(10월 14일)로부터 2년 이내 혹은 이사회 절반 이상을 MBK와 영풍 측 인사로 구성하는 날 가운데 먼저 도래하는 날에 콜옵션을 사용해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의 일부를 취득할 수 있다.
현재 콜옵션 가격은 숱한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영풍이 MBK파트너스에만 매우 저렴하게 고려아연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영풍 주주 입장에서 회사의 중요 자산(고려아연 지분)이 싼 값에 매각되기 때문에 영풍 이사회가 배임을 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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