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양 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콜센터 고용안전' 관련 증인으로 소환됐었으나, 바로 직전날 증인 출석이 철회되면서 국감장에 나갈 필요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불출석'이 아니라 '출석사유 종결'이다.
왜 돌연 증인 출석이 철회 됐을까.
표면적으로는 KB국민은행이 전날 콜센터 협력업체 및 협력업체 근로자와 '상생협약'을 맺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국민은행이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에 나서기로 하면서 더 이상 양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들일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
결국 KB금융의 입장에선 양 회장의 국감 출석 사유를 사전에 스스로 해결하는 묘책을 통해 국감 출석 의무에서 벗어나는 우회로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국감 논쟁으로 떠올랐던 국민은행의 콜센터 노동자 관련 문제가 이번 협약체결을 계기로 개선됐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하필 환노위 국감 하루 전 이 같은 협약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는 점,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민은행의 콜센터 노동자 관련 이슈가 '양 회장 국감 소환'이라는 강력 처방(?) 한 방에 해결된 모양새여서 여전히 뒷맛이 남는 게 사실이다.
이와 별도로 환노위 국감에선 비단 콜센터 노동자 이슈뿐만 아니라 KB금융이 마주한 각종 굵직한 금융사고 등에 대해서도 질의가 오갈 것으로 예상됐던터라, 결과적으로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맥 빠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 중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규모가 가장 컸던 국민은행의 경우 '불완전판매' 의혹 논란 외에도 올해 내부 직원에 의한 내부통제 관련 사고들이 줄줄이 드러나며 금융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양 회장의 국감 소환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은 아니다. 향후 종합감사 등 남아있는 국감 일정에 소환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여전히 불출석 전망이 높다. 지난해 윤종규 KB금융 전 회장도 주요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종합감사 국감에 증인으로 소환됐었으나, 해외 출장 등의 사유로 결국 국감장에 불참한 사례가 있다.
반면 이번 KB금융의 국감 대응 전략과, 지난 10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보여준 행보는 크게 대비된다.
임 회장은 지난 10일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대상 국감에 출석해 금융사고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죄하면서 동시에 파격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날카롭게 쏟아질 비판을 감수하고 국감장에 출석함으로써 질타를 회피하지 않는 '정면돌파'의 이미지를 단단히 각인 시켰다.
임 회장은 국감장에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직접 책임을 지겠다"며 고개를 숙였고, 일전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해 직격했던 여러 독설들에 대해서도 일부 수긍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감 출석 이후 임 회장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전환되는 흐름이다.
질타가 두려워 국감을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번 국감에 출석해, 국내 리딩금융을 이끄는 KB금융의 수장으로서 양종희 회장이 책임지고 신뢰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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