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형 전기차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관련 시장에 대한 인식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소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벤츠 EQE 모델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 19시간여 만에 진화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주변에 주차돼 있던 다른 차량 수십 대는 물론 지하 주차장 골조까지 녹아내리는 등 큰 피해가 발생됐다. 더구나 충전 중 발생한 화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기차 비선호를 넘어 '전기차 포비아(공포증)'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우려와 달리 환경에 따른 문제가 전세계적 관심으로 부상하면서 내연기관차 퇴출 움직임은 필수불가결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등 강력한 제재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법안을 공식 채택했다. 이때부턴 유럽 내에서는 CO2를 배출하는 휘발유와 디젤 등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한 신차 판매가 금지된다. 판매 금지 차량에는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포함된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는 2030년까지 제조하는 승용차와 승합차의 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각 55%와 50%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영국 역시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 계획이다.
즉, 전기차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 그렇다고 한다면, 현재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장과 소비자 간의 간극을 불러 일으킨 '전기차 포비아'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 화재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포비아는 이러한 기술적, 논리적 근거로 접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고체 개발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다수의 기업이 전고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고체 양산 목표 시점을 앞당기고 있긴 하나, 실질적으로 대중화는 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기업이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2026년, 2027년 사이에 양산된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 적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황화물계' 전고체가 등장해야만 비로소 현실화할 전망인데, 업계에선 2030년께를 내다보고 있다.
매년 전기차 관련 화재 건수가 늘어나는 등, 전고체 배터리가 나오기 전까진 피할 수 없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결국 화재 피해 예방과 피해 발생 시 발 빠른 후속조치로 귀결된다.
지금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확산을 막는 인프라나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화재 진압 장비부터 초동대처 시스템, 전문성, 폐배터리 처리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인프라가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상용화되고 있는 전기차 주차 타워에는 화재 방지 시설 의무도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이외에 화재 이후 복구 비용과 시간, 보험료 인상 등의 문제 인프라도 미흡한 수준이다.
다행인 것은 전기차 화재 관련 범정부 종합 대책이 마련된다는 점이다. 이 곳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부터 대처, 후속 조치 등 여러 방안을 총망라한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 국민이 좀 더 신뢰를 갖고 이 시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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