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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끝?” 티몬·위메프 ‘셀러런’에 이중결제까지 고민…발길 끊은 소비자들 [IT클로즈업]

내부 직원들도 동요…서비스 종료 등 사실무근 소문까지 확산되며 신뢰도 추락

지난 23일 오후 티몬 내 라이브커머스 방송 화면. 한 소비자가 입점 업체 측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금 지연 사태가 큐텐그룹을 포함한 계열사 전체 악순환을 가져왔다. 항공권·호텔 등 여행 상품뿐 아니라 소비재까지도 판매 중단으로 번졌다. 이를 지켜보던 소비자들도 피해를 우려해 발길을 뚝 끊었기 때문이다. 셀러(판매자)와 소비자들 신뢰가 빠르게 무너져 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티몬과 위메프의 결제 추정액은 각각 8398억원, 3082억원 수준이다. 같은 달 사용자 수는 티몬이 437만명, 위메프가 432만명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 입점 여행사와 중개 업체를 중심으로 티몬·위메프 내 여행 상품이 대부분 삭제되고 있다. 여행업계 안팎에선 티몬·위메프 결제 추정액 근거로 추산한 피해 규모가 최소 1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 플랫폼에서 여행을 계획한 소비자들은 여행사들의 때 아닌 예약 취소 통보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중결제까지 감수하거나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점 여행사들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티몬·위메프가 자체적으로 할인쿠폰 등을 적용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더욱 저렴하게 판매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판매가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티몬·위메프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직원들도 불안, 왜?

일부 입점 여행사들이 이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들이 결제한 금액을 티몬 등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이슈가 불거졌던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시플러스·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발생 후 보름 만인 22일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된 여파다.

위메프·티몬은 셀러별대로 다양한 정산 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대부분 소비자가 결제하면 대금을 최대 두 달 후 셀러(판매자)에게 정산해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 또한 G마켓·옥션이나 11번가, 네이버 등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은 고객이 구매를 확정하면 다음 날 판매자에게 판매대금 100%를 지급하기에, 다소 긴 기간이 대조적으로 부각됐다. 때문에 셀러들에게 정산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도 했다.

위메프·티몬 모회사 큐텐은 그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월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를 현금 2300억원으로 인수했다. 업계에선 큐텐이 티몬·위메프 정산 대금으로 이같은 외형 키우기에 집중해 정산금 지연 사태가 결국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가 요청하는 환불이 지연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티몬·위메프 등의 자금 사정은 2022년 큐텐이 인수하기 전부터 여의치 못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미제출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로 접어들게 된 만큼, 티몬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몬 유동부채는 7193억3734만원으로, 유동자산(1309억6970만원)의 5배 수준이었다. 이는 회사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금액보다 갚아야 할 금액이 5배 더 많다는 뜻이다. 위메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도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617억원)의 5배에 이른다.

내부 직원들도 설왕설래하는 모습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회사 직원들로 유추되는 이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월급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부터, 티몬 사측에서 퇴직연금을 가입하지 않아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등장했다.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문서 캡처본도 블라인드를 강타했다. 위메프 사측이 이날 오전 전 직원에게 퇴사를 안내했다거나, 위메프 7월 서비스 종료 예상, 티몬 8월 서비스 종료 예상 등이 적힌 내용이 여과 없이 퍼진 것이다. 그러나 티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주요 셀러들도 하나둘 상품 판매 중단…환불 요청도 까다로워져

사실, 입점 셀러를 향한 정산금 지연 이슈는 비단 여행업계 문제만이 아니다. 정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소비재 기업들 역시 판매를 속속 중단하고 있다. CJ온스타일·GS샵·현대홈쇼핑 등 홈쇼핑 기업들, SK스토아·공영홈쇼핑·신세계라이브·홈앤쇼핑 등 T커머스 업체들이 최근 티몬과 위메프를 통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전문몰관에서 LF몰·아이파크몰 등도 철수했다.

신용카드 온라인 결제를 대행하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체들도 티몬·위메프 등과 전일부터 거래를 일시 중단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여파로 인해 티몬·위메프 내 카드 결제나 결제한 내역을 취소하는 것이 모두 불가능해졌다. 현재 일부 상품 결제는 휴대폰결제, 티몬캐시, 티몬적립금만으로 가능하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 환불과 구매 취소는 티몬 고객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오후 10시 티몬 결제수단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제외된 모습. 이어 24일 카카오, 토스 등도 페이 서비스를 중단했다.

◆티몬·위메프 신규 정산시스템 도입 발표에도 일파만파…공정위도 예의주시

이 와중에 일부 셀러들은 이미 구매를 마친 소비자에게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예컨대 여행 관련 예약을 유지하고 싶으면 티몬에 소비자가 환불 처리를 하고, 따로 여행사에 입금을 진행해달라는 요구다. 환불이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중결제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은 고민만 늘어가고 있다.

피해 사례는 상품권류부터 항공권 등 여행 관련 예약 선구매자가 대다수다. 예컨대, 티몬을 통해 판매된 요기요 상품권은 구매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전일 일괄 삭제돼 문제가 됐다. 요기요는 발행과 판매, 환불 등에 관한 관리, 고객 응대 등 제반 업무를 A사에 위탁해 진행 중이다.

요기요는 “이 상품권은 발행사인 A사와 판매 대행사인 B사를 통해 티몬에서 판매됐다”며 “티몬이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금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판매 대행사 B사는 요기요와 사전 협의 없이 임의로 해당 상품권의 사용을 중지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어 “티몬을 포함해 복잡한 이해 당사자들의 협조 없이 요기요 자체적으로 이번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요기요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큐텐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티몬 각 상품 큐앤에이(Q&A)란에는 환불, 구매 및 예약 취소 등 다양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모바일 앱 등에서 제공되는 챗봇 상담 서비스도 대기 인원만 수천명이 넘는다. 이를 지켜보는 소비자들 역시 피해가 우려돼 티몬·위메프 발길을 끊는 모양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최근 공정위가 큐텐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인 일이 지난 21일 전해지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일 뿐, 지난 22일 공론화된 티몬 정산금 지연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산 지연이나 미정산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공정거래법으로 의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23일 판매자들에게 빠르고 안전한 대금 지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정산 지연 사태를 빠르게 해결하고 판매자, 고객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에는 고객들이 결제하면 각 회사에 대금이 보관돼 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되는 형태였다. 티몬과 위메프가 다음달 중 도입할 새로운 시스템은 안전한 제3의 금융 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티몬 관계자는 제3의 금융기관 등에 대해 “아직 금융기관이 정해지지 않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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