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유료방송 사업자의 스포츠 독점적 중계권이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OTT시대의 스포츠 중계와 보편적 시청권'을 주제로 진행한 한국방송협회 세미나에서 "유료방송 서비스 제공자가 방송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경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시청자는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며 현행 방송법에 대해 지적했다.
현행 방송법 제76조에서는 국민적 관심 행사를 시청 가구 수에 따라 두 가지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A그룹의 경우, 국민 전체 가구 수 90% 이상이 시청 가능한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행사로 동·하계 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가 주관하는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국민 전체 가구 수 75% 이상이 시청해야 하는 B그룹은 ▲동·하계 아시안게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참가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대회 경기 및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경기를 들 수 있다.
고민수 교수는 현행 방송법이 시청 가구 수 등을 나누는 세부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데다, OTT 등 유료방송을 구독하지 않을 경우 국민적 관심 행사에 해당하는 스포츠 이벤트를 볼 수 없는 행태는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제76조 1항에서는 '방송사업자는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누구나 시청 가능한' 보편적 시청권의 광의적인 해석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국내 '티빙'이나 '쿠팡플레이' 등 방송플랫폼 사업자들이 메이저 스포츠 대회 중계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해 중계하는 형태가 자리잡으면서 해당 플랫폼을 구독하지 않을 경우, 관련 스포츠를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고민수 교수는 호주, 유럽연합(EU)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도 헌법적 가치인 정보의 자유 측면에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호주의 경우 '공적 접근'이라는 개념하에 유료방송을 가입하지 않아도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시청할 수 있고, EU는 헌법상 권리로 정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 중요한 스포츠 경기 중계를 무료방송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고민수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부담을 지며 스포츠 중계를 보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정보의 자유 실현에 있어 현행 방송법이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라며 "방송법 76조를 보면 75%라는 기준이 나오는데 이것이 일반 국민과 맞는 지 의문이며 이는 곧 입법 과정과 결과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체계정당성 원칙에 합치되는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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