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주식 시장에는 오랜 격언이 있다. 주식 가치가 떨어질 때 매수하고 비싸질 때 매도하라는 말로, 초보 투자자 사이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론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 공식은 주가 등락이 잦을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종목에 통한다는 특징이 있다. 관심이 적은 보안 상장사에게 꿈같은 말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보안에 특화된 증권사 연구원이 없어 어디가 무릎이고 어깨인지 예측하기 어렵고, 등락 또한 미미해 투자자 사이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목표주가를 명시한 증권사 보고서조차 흔히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상장한 보안기업 주가 흐름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 시장 입성 뒤 공모가 대비 두 자릿 수 이상 주가가 뛰는 쾌거를 거둔 곳도 있지만, 약 1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데뷔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가. 상장 초 '따따블' 기대감을 부른 시큐센이 현재 공모가보다 하락한 2000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해 주식 시장에 뛰어든 샌즈랩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큰 폭의 성장세는 아직이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고 미래 먹거리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보안주 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일부 보안 상장사는 테마주에 의존해 주가 부양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테마주로 '반짝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기업 자체를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각 기업이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업이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어떤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보안주가 묶이는 대표적인 키워드로는 인공지능(AI), 중동, 공공사업 등이 있다. 2017년 상장한 국내 보안기업 관계자는 "AI를 대표 키워드로 내세워도 보안 솔루션 자체가 'AI 기술'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이 뜨뜻미지근할 때가 많다"며 "결국 솔루션이나 서비스 자체만으로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업계 규모가 크지 않아 단기간에 주가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보안 상장사들은 의기투합을 시작했다. 지난달 지니언스, 모니터랩, 휴네시온, 엑스게이트, SGA솔루션즈, 한싹 등 6개사는 주요 기관 투자자와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온라인 공동 기업설명회를 열었다. 각 기업은 주력 사업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전략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첫발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장 분위기 또한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각 상장사 IR 담당자 간 교류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추후 설명회는 오프라인으로 열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공격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자체 기술을 보유한 국내 보안 기업이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러나 증권사는 물론, 투자자 또한 누가 사이버 안보 주역인지 알지 못해 주춤하고 있다. "보안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누군가는 "요즘 괜찮은 기업이 있다"는 답이 나오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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