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오는 2026년 HBM4(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상용화를 앞두고 메모리 업계 리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준비도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개발부터 생산 전라인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SK하이닉스는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TSMC와 협력을 통해 맞서는 모습이다.
21일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HBM 세대 전환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간 인공지능 시장 성장을 주도해 온 챗GPT의 버전에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이 주로 탑재돼 왔으나, 올해 앞으로 출시될 챗GPT 새로운 버전 등에서는 H200을 사용, HBM3E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챗GPT 등장 이후 약 3년 만에 HBM 세대가 한 단계 진화한 것을 의미한다. HBM3E는 HBM3 대비 더 높은 대역폭과 용량을 제공, 성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점은 AI 시장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다음 세대 HBM 등은 더욱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제덱, JEDEC) 주요 참여사들은 최근 HBM4 제품의 규격을 775마이크로미터로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제품 규격이 정해진 만큼, 메모리 업계는 HBM4 양산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 있다.
먼저 HBM을 최초 개발 리더십을 지켜왔던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만 TSMC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양사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HBM4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우선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의 성능 개선에 나선다. HBM은 베이스 다이 위에 D램 단품 칩인 코어 다이(Core Die)를 쌓아 올린 뒤 이를 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만들어진다. 베이스 다이는 GPU와 연결돼 HBM을 컨트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인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으나, HBM4부터는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 다이를 생산하는 데 초미세 공정을 적용하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들의 폭넓은 요구에 부합하는 맞춤형(Customized) HBM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은 HBM과 TSMC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고유 공정 CoWoS 기술 결합해 고객 요청에도 공동 대응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체 파운드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개발부터 양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시너지 강화해 HBM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삼성전자 인베스터스 포럼 2023'에서 'GDP(GAA, DRAM, PACKAGING)' 전략을 공개했는데 관련 기술을 HBM4 등에 적극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GDP는 회로 폭 3㎚ 이하 프로세서의 누설전류를 줄이는 GAA 기술과 차세대 D램 제품, 최첨단 패키징을 결합한 서비스 의미한다. 최첨단 메모리반도체와 프로세서를 생산하고 두 칩을 한 칩처럼 작동할 수 있도록 배치해 최고 수준의 저전력·고성능 반도체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5세대까지는 자체적으로 HBM 베이스 다이까지 전부 생산해 왔지만, 더욱 미세 되고 많은 성능이 요구되는 6세대부터는 한계가 있다 보니 TSMC와 협력을 하는 것이다"라며 "그간 AI 관련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협력을 추진, 관계를 쌓아왔던 것이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간의 HBM4 베이스다이 공정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적층이 두꺼워지면서 생기는 발열 이슈를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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