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교육 현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계기가 됐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는, 임시방편에 가까운 시도였지만 이를 시작으로 공교육을 비롯해 직장인 교육 등 교육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녹아들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교육 환경 변화가 이뤄짐에 따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교육 현장이 보다 디지털화될 수 있도록 학습경험플랫폼(LXP)을 제공하는 엘리스그룹도 그중 하나다.
엘리스그룹 김재원 대표는 “교육 현장은 아직 디지털 전환이 안 돼 있어 교원들이 반복적인 업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비효율적인 상황”이라며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생님부터 학생, 그리고 학부모까지 모두 더 나은 교육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엘리스그룹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학습관리플랫폼에서 학습경험플랫폼으로… ‘경험’에 집중
엘리스그룹의 핵심 솔루션은 LXP 솔루션 ‘엘리스 LXP’다. LXP는 학습관리시스템(LMS)로 분류되는, 진도나 성적 등 교육과 관련된 디지털 시스템의 연장선이다. 대학 등에서 성적을 열람하거나 온라인 강의를 듣는 등을 가능케 하는 것이 LMS다. 교육부의 ‘e학습터’도 LMS다.
엘리스 LXP는 큰 틀에서 본다면 LMS의 범주 안에 속한다. 차이가 있다면 ‘관리’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싸이월드와 페이스북 등을 모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분류할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큰 기술 발전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LMS는 학습 자료를 업로드하고 내려받는 역할에 그쳤다면 LXP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더 나은 실습 환경을 조성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보조 역할을 하는 환경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엘리스그룹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학습을 보조하는 챗봇 서비스 ‘AI 헬피’를 제공하는 것이 예다.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상이나 텍스트 자료를 번역하고 자막을 달아주는 등의 기능도 제공한다. 엘리스그룹이 AI 교육 플랫폼 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출발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AI대학원에서 조교 생활을 하던 김 대표의 경험에서부터다. 그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종이에 써서 내는 ‘손코딩’을 했다. 조교들은 밤새가며 이걸 채점했고. 이게 전산학과에서 할 일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박사로 많은 연구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조금 더 의미가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연구 중 상당수는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그냥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며 “직접 경험한 불편함, 그리고 보다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피력했다.
◆교육을 위한 디지털 기술 A to Z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만큼 시장에 뛰어든 기업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엘리스그룹이 눈길을 끄는 것은 엘리스그룹이 교육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핵심 솔루션을 지닌 데다 전방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스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은 기업들의 재직자 교육 수요 증가 덕분이다. 시간을 채우기 위해 영상을 틀어두고 보지는 않는 낡은 e러닝이 아니라 실제 문제를 풀고 학습을 해야 하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이 성장의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기업들이 학습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하면 단시간 내 준비되기 어렵다. 테스트부터 하고, 예산을 편성하고, 도입까지 1년 이상 걸렸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을 플랫폼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굉장히 단축한 것이 주효했다”고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구축을 위한 핵심 솔루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의 구축 사업이 집을 지을 때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과정이었다면 엘리스그룹은 완성돼 있는 집을, 필요에 따라 리모델링해서 제공하는 것이기에 시간과 비용 모두 아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제공되는 집이 AI와 같은 다양한 기술이 더해져 있는 만큼 주목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엘리스그룹의 성과는 이미 숫자로 증명됐다. 2023년 기준 엘리스그룹은 매출액 322억원을 기록했다. 2년 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배 이상 증가한 상태다.
여타 기업과는 전혀 다른 시도도 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량이 늘면서 이를 위한 컴퓨팅 인프라의 수요도 급증했는데, 외부 클라우드가 아니라 자체 데이터센터에 기반한 인프라 ‘엘리스클라우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엘리스그룹은 이를 위한 모듈형 데이터센터를 제작해 사용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AI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GPU 서버의 경우 고전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쿨링이 요구되는데, 공간적인 관점에서 그렇게까지 클 필요가 없다”며 “해외에서도 컨테이너 형태의 데이터센터 구축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를 참고해 시도했고, 비용 측면에서 코로케이션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 나은 교육 환경이 조성되길
엘리스그룹은 최근 교육부가 진행 중인 디지털 교과서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터뷰 과정에 “공교육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엘리스그룹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만큼 “더 많은 기업들이 사업에 참여했으면 한다”고도 전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교과서가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에도 추진됐지만 생각보다 활용도가 낮았다. 현장에서 의미 있게 쓸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경쟁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아직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보안 기준을 갖춘 곳이 거의 없어서 문제”라고 피력했다.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을 획득해야 한다. 인증받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를 통해, 인증받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제공돼야 한다는 의미다. 엘리스그룹은 CSAP SaaS 표준등급을 획득했는데, 인증받은 유일한 기업이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교육 디지털 전환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 전환이 늦은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이라며 “우리가 가진 교육, AI를 위한 핵심 솔루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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