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보안

[인터뷰] AI 도전장 내민 파수, '말 잘하는 엔터프라이즈 LLM' 승부 본다

고동현 파수 상무이사 [ⓒ파수]
고동현 파수 상무이사 [ⓒ파수]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AI 시대를 준비하라(Get AI-Ready)".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시장에서 데이터 보안 강자로 자리매김한 파수가 최근 새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조규곤 대표는 올 초 신년사에서 AI를 강조하며 전사 차원에서 체질 개선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파수표 경량언어모델(sLLM) '엘름(ELLM)'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엔터프라이즈 LLM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 파수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업무 문서에 이해도가 높은 sLLM은 물론, 말까지 잘하는 AI를 구현해 본격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다.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본사에서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고동현 파수 상무는 "sLLM 분야에서 중요한 핵심점은 두 가지"라며 "얼마나 말을 잘하는가, 그리고 정확한 답변을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파수는 ELLM을 '작지만 강한 맞춤형 AI'라고 소개한다. 온프레미스 구축형으로 제공돼 조직 특성에 맞는 생성형 AI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고객별 도메인 사전특화학습(DAPT)과 태스크별 미세 조정(파인튜닝)으로 맞춤형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클라우드 사용으로 인한 데이터 유출 우려를 줄이고,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에 대한 고민 또한 해결할 수 있다.

ELLM은 어떻게 말을 잘 하는 엔터프라이즈 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 주역은 두뇌에 해당하는 기반 모델인 구글 젬마-7B다. 이 모델은 대량 토큰 학습과 어휘 사전을 갖췄지만 한국어에 능하지 못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파수는 추가 학습을 거쳐 한국어에 특화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ELLM을 만들었다.

고 상무는 "7B 모델에서도 말을 잘 하는 수준을 구현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유치원에서 말을 하는 방법을 가르치면, 한 발 나아가 초등학교에서 더하기 빼기를 가르치듯 고객이 원하는 수준에 따라 학습 범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파수가 처음부터 AI 사업에 관심이 있던 건 아니었다. 고 상무는 "문서 보안에 특화된 기업인 만큼, 이전에는 AI를 이야기할 때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논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후 분위기를 반전 시킨 주역은 비식별 솔루션이었다. 고 상무는 "정형뿐만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베이스(DB)에도 비식별이 필요해지면서, 텍스트를 추출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에 관심이 커졌다"며 "다만 OCR은 추출 정보에 정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어, 결국 문맥 간 관계성을 파악하고 자연어로 말을 인지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던 중 챗GPT 등장으로 생성형 AI가 떠올랐고, 파수도 본격 기회를 모색했다. 고 상무는 "공부를 할 때 교과서가 필요하듯, AI 또한 학습에 문서를 빼놓을 수 없다는 점을 포착했다"고 말했다. 데이터 보안과 관리 시장에서 20년 이상 노하우를 쌓은 점을 고려했을 때, AI 사업과의 접점을 찾아냈다는 설명이다.

ELLM은 현재 문서를 요약하고 최신 답변을 제공해 조직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보고서를 쓰고, 내부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주요 작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이전에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문서를 하나하나 열어야 했다면, 이제는 검색 하나로 업무 부담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고 상무는 "전체적인 통합 검색 엔진 시대가 바뀌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엘름은 구조(아키텍처) 측면에서 검색증강생성(RAG)이 접목된 게 핵심이다. RAG는 AI가 외부 정보를 활용해, 조직이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인식하고 응답을 생성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RAG는 결과물을 내놓기 전에 별도 지식 기반을 살펴보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환각오류)에 대한 우려를 줄일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파수는 산업군을 제한하지 않고 ELLM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공공과 금융 분야에서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고 상무는 "공공의 경우 문서가 많고 업무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며 "금융은 보유 문서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AI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파수는 ELLM 출시를 알린 지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만큼 고객사를 확보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기존 보안 분야에서도 적용 방안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으로 문서관리 플랫폼 '랩소디(Wrapsody)'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랩소디는 비정형 데이터를 LLM에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반 플랫폼 역할을 할 전망이다.

끝으로 고 상무는 ELLM을 시작으로 엔터프라이즈 LLM 시장에서 파수가 상위 순위에 오를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DRM과 달리 엔터프라이즈 LLM은 아직 대표 기업이 없는 분야"라며 "단순 챗GPT 서비스를 사내에 구축하고 싶다는 요청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LLM 시장 자체가 떠오르는 날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디지털데일리 네이버 메인추가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