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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M&A 전략…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아직도 추진중이에요?"

우리금융그룹의 인수합병(M&A) 추진 소식에 대한 한 금융권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요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갖고 있지 않은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M&A에 나서겠다는 것은 이미 해묵은 얘기가 됐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임종룡 회장 역시 우리금융의 약점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도 인수설이 나돌았다.

이번에는 한국포스증권이 그 주인공이다.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우리금융은 "모든 증권사 매물을 검토중"이라는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물론 우리금융의 그간 어법과 행보에 비춰 보면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그 자체는 사실인 것 같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설이 나돌 때 당시에 우리금융측은 '사실무근'이라는 반응부터 보였지만, 결국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회(IR)에선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금융의 비은행 금융사의 인수설이 나돌 때 마다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매번 '적당한 매물이 없다'고 손사레치면서 정작 인수 검토 대상에 오르는 금융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시장에서 모두 A급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물들이기 때문이다.

인수를 포기한 상상인저축은행도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가 큰 금융사로 거론되며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한국포스증권 역시 적자 증권사로 꼽힌다. 2018년 한국증권금융에 인수된 이후에도 지속된 적자로 인해 이번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란 시각이다.

이렇다보니 임종룡 회장이 추진하는 M&A를 두고 또 다시 '당국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액션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금융당국의 매각 명령에 따라 매물로 나오게 된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금융 당국도 빨리 새로운 주인에게 넘김으로써 시장 불안 확신을 잠재우기를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었다는 게 금융권 일각의 분석이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한국포스증권 역시 이 같은 불편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주도 하에 금융투자협회와 46개 자산운용사 등이 중립적 판매 채널을 만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포스증권(당시 펀드온라인코리아)은 아직까지도 공익적인 색채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은 표면적으로는 우리종금 등 보유 중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한다는 게 인수합병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수익성에 허덕이는 금융사가 거론되고 있다. 결국 '우리금융이 제대로 된 M&A를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나'라는 의문이 금융권에서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부실한 금융사를 인수해 환골탈태시키고 언젠가는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것으로 믿는, 그러한 낭만적인 M&A를 기대할만큼 지금 우리금융의 상황이 여유로운지 의문이다.

이제 우리금융은 해묵은 사안으로 전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보다는 '제대로 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M&A도 여느때처럼 그저 액션으로 그칠지, 아니면 끝까지 완주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임종룡 회장은 취임때부터 불거진 '관치' 논란을 키우기 보다는, 이제는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털고 국내 주요 금융그룹 CEO로서의 본질적인 역할을 '이제는' 보여줘야할 때라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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