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기자] 온디바이스 AI폰임을 내세운 삼성전자의 새로운 플래그십 '갤럭시 S24 시리즈'. AI가 구현하는 다양한 기능 가운데,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인 번역 및 텍스트 변환 앱과 갤럭시 S24 울트라를 비교·체험해 봤다.
햇수로 5년. 갤럭시 S10과 함께한 시간이다. 이렇게나 오래 쓸 줄은 몰랐는데, 고장 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운 스마트폰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리뷰에 앞서 고백하자면, 기대하던 기능을 사용해 본 뒤 갤럭시 S24 시리즈 사전 예약 막차에 탑승했다. 이제야 갤S10을 고이 떠나보낸다.
지난 18일 갤럭시 S24 시리즈가 베일을 벗자마자 여러 AI 기능과 성능이 주목받았으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따로 있었다. 자체 내장된 '통역'과 '음성 녹음' 기능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또는 그 반대로 가능한 언어 관련 기능은 전화 앱을 이용하는 '양방향 통역'과 삼성 키보드를 통한 '실시간 번역'이 주로 알려졌지만, 퀵 패널에 있는 '통역' 앱을 누르면 간편하게 번역이 가능하다. 음성 녹음 기능은 STT(Speech-to-text) 기술을 활용해 최대 10명까지 발표자 별로 음성을 분리해 스크립트를 제공한다.
갤럭시 S24 시리즈에 자체 탑재된 통역 앱과 음성 녹음 앱에 눈길이 간 까닭은 평상시 즐겨 사용하는 '파파고'와 '클로바노트'를 닮아서다. 해외여행을 비롯해 일상 업무에서 사용하는 앱들인데, 스마트폰 내에서 구현된다면 기존의 두 앱을 대체할 정도로 뛰어난 기능을 구현할지 궁금했다.
◆ 갤럭시 S24 통역 VS 파파고, 음성 번역 대결
온디바이스 AI가 구현하는 갤럭시 S24 울트라의 통역 기능을 파파고와 비교해 봤다. 단, 동일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언어는 영어·중국어를 한국어로 변환하고, 음성 통역만 실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역 앱이 인식 속도와 번역에서 압승이었다.
영어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2022년 NYU 졸업식 연설을, 중국어는 탕웨이의 중국어 인터뷰의 일부분을 들려줬다. 먼저 테일러의 강연을 들려줬는데, 강연 특성상 강조하기 위해 끊어 말하거나 연이어 힘주어 말하는 경우가 있어서인지 두 앱 모두 긴 문장을 잘 인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문장 별로 끊어서 들려줬다.
강연 중 '노력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말라(Never be ashamed of Trying)'는 테일러의 말을 들려 주자 갤럭시와 파파고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반면 구어적 표현인 '힘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건 미신과도 같다(Effortlessness is a Myth)'는 문장을 파파고는 '노력 없는 간호사는 신화입니다', 갤럭시는 '노력 없음은 신화가 아닙니다'라고 해석했다. 파파고는 문장에 언급되지 않는 간호사(Nurse)가 등장했고, 갤럭시는 Myth의 또다른 한국어 해석 단어인 신화로 번역했으니 비교적 갤럭시가 더 적합한 음성 인식 및 해석에 가깝다.
이번엔 배우 탕웨이의 중국어 인터뷰를 들려줬다. 연설과 달리 일대일 인터뷰 특성상 대화하듯 말하자, 갤럭시는 문단 정도의 긴 내용도 잘 인식했다. 총 세 문장을 들려줬는데, 갤럭시는 중국어를 인지하는 동시에 한국어로 변환했다. 영어보다 인식이 더 빠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석 내용도 완벽했다. 적어도 중국에 1년여 교환학생 경험이 있는 내 눈에는 크게 어색한 문장이 없었다. 파파고는 같은 내용을 들려줬으나, 긴 발화를 인식하지 못했다. 일부 문장만 인식하거나, 영어 인식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같이 대화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를 인식하고 해석하기도 했다.
◆ 갤럭시 음성 녹음 VS 클로바노트, 스크립트 변환
음성을 녹음해 스크립트로 변환하는 기능은 클로바노트와 비교했다. 클로바노트는 업무에 자주 사용하는 앱이지만, 사용량에 제한이 있어 아쉬움이 컸다. 갤럭시 S24의 음성 녹음을 기대한 까닭이다.
한국어 강연은 유명 강사인 김창옥의 강연을 들려준 뒤 텍스트로 변환했다. 둘다 준수하게 스크립트로 변환됐지만, 한국어 인식은 클로바노트가 더 잘 인식했다. 틀린 단어가 없을 정도였다. 갤럭시는 강연 중 언급된 '셀프 텔러(Self Teller)'를 '테일러' 등으로 간혹 잘못 기재했다.
이번엔 영어를 들려주고 스크립트로 변환해봤다. 클로바노트는 한국어, 한국어+영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인식이 가능하다. 음성을 들려주기 전 언어를 '영어'로 설정한 뒤 테일러스위프트의 강연 중 일부를 들려줬는데, 녹음 후 완벽하게 영어 스크립트로 완성했다. 갤럭시 역시 영어 스크립트로 잘 변환했다. 다만, 클로바노트는 외국어 요약이 불가능한 점이 아쉬웠으나, 갤럭시는 외국어도 간결하게 요약이 가능했다. 또한, 영어 스크립트를 한국어를 비롯한 원하는 언어로 자유롭게 번역할 수 있었다.
갤럭시 S24 시리즈가 지원하는 외국어는 총 13개 언어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같은 언어권이더라도 국가별로 세분화했다. 이를테면 영어를 미국·영국·인도, 스페인어는 멕시코·미국·스페인으로 구분해 한층 실용적이었다.
무엇보다 녹음 파일과 스크립트를 갤럭시 노트로 연동할 수 있어 업무에 편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갤럭시 노트에 해당 녹음과 스크립트를 보낸 뒤 텍스트를 추가하거나, 사진 등을 자유롭게 더하고 편집할 수 있었다. 또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보기 좋게 탬플릿을 줄노트나 그리드 형 등으로 선택해도 된다. 또한 노트 표지를 책 아이콘 모양으로 설정한 뒤 색상과 글자를 덧씌울 수 있어 향후 다시 메모를 찾아볼 때 이점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이외에도 구글과 협업해 만든 '서클 투 서치' 기능은 모든 화면 상태에서 원만 그리면 검색이 가능하다. 직접 촬영한 사진은 물론 사진을 찍기 전 카메라에 사물이 인식된 프리뷰 상태에서도 서클 투 서치를 할 수 있다. 대만 여행 때 먹은 과일 사진에 동그라미를 쳐보니 정확하게 '대만 과일 석과'가 결과로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갤럭시 S24 울트라는 일상 및 업무와 맞닿은 AI 기능들이 편리함을 더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는 결국 아재(아저씨)폰 소리에서 못 벗어 난다. 감성이 아닌 기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으나, 실용성을 우선으로 삼는다면 매력적인 스마트폰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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