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정부가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내용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추진을 논의하는 가운데, 업계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온라인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일 뿐”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다.
18일 디지털경제연합(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법 제정에 반대했다.
디지털경제연합이 반대 근거로 내놓은 주요 내용은 크게 ▲자율규제 국정과제와 정면충돌 ▲다수 전문가와 미국 정부도 반대 ▲소비자와 소상공인 부담 가중이다.
특정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별도 사전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당초 정부 공약과 반대된다는 점, 토종 플랫폼 기업들 성장을 원천 봉쇄한다는 점, 그리고 향후 기업들의 투자동력을 상실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온라인플랫폼업계는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자율규제를 추진 및 이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한 정부 부처는 물론, 중소상공인단체, 소비자단체 등과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상생 방안을 도출한 바 있다.
디지털경제연합 측은 “대금 정산 주기 단축, 금융비용 지원, 분쟁조정위원회 구성 등 법률로 강제할 수 없는 실질적인 성과를 이뤘음에도 이면에선 정부가 국내외 여느 플랫폼 규제안들보다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는 데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공정거래법)에 더해 온라인플랫폼법까지 이중 규제로 인한 과잉 제재와 시장위축, 행정 낭비 등 부작용은 기업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주장이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온라인플랫폼에 대해 각국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정책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중국 등과의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위협을 느껴 자국 산업 보호, 자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 AI와 같은 미래 산업 동력 저해라는 판단에 따라 플랫폼 관련 법안을 폐기했다.
미국 싱크탱크 CSIS(국제전략연구소)와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국내 학계 및 연구소는 앞서 온라인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이 국내와 미국 기업만을 겨냥해 ‘유럽식 규제를 한국에서 복사 붙여넣기’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디지털경제연합 측은 “국내 온라인플랫폼 시장은 해외 플랫폼 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완전경쟁 상태로,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바바그룹 해외직구 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국내 이용자 수가 2위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입법 영향력 피해가 소비자와 소상공인들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플랫폼은 소상공인들에게 해외 진출 등 추가 판로를 열어주며 매출 신장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섣부른 사전규제는 불필요한 물가 상승만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디지털경제연합 측은 “후속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사전규제 논의보다 기존 법을 활용해 최소 규제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자율규제 지원 및 산업 진흥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한편, 공정위는 앞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내용 검토를 요청했다.
현 정부가 내세웠던 플랫폼 자율규제 원칙과 반대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해 규제하는 법안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법안 내용은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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