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우리 나라 금융산업에 있어 2023년은 어쩔 수 없이 어수선했던 한 해로 기억될 듯하다.
주요 은행들의 실적은 어느해보다 화려했으나 오히려 이로인해 한편으론 어느해보다 불편한 한 해였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은행 종노릇'이라는 거친 표현이 나왔을 정도로, 국내 주요 은행들이 고금리 수혜만 누리고 어려운 영세상인과 중소상공인들의 고통 분담은 외면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이같은 외풍으로 ‘디지털전환’(DX)을 구현하기위한 금융권의 노력은 올해에 이어졌지만 양적·질적인측면 모두 만족할만한 진화가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예상치 못했던 금융권내에서 사건 사고들이 돌출됐다.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 상황에서, 지난 4월 불거진 대규모 외국계증권사 창구를 통해 불거진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과 이어진 불법 공매도 실태가 공개됐다.
또 지난해 우리은행, 그리고 올해는 경남은행에서 내부 직원에 의한 대규모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 문제가 노출됨으로써 허술한 금융권 운영리스크 체계 전반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
결국 지난 몇년간 '규제 해소 지원자'의 역할을 맡았던 금융 감독 당국은 금융혁신서비스의 활발한 지원 보다는 시장 공정성 확보를 위한 엄정한 대책 마련에 무게 중심이 급속히 옮겨졌다.
최소한 올해만큼은 금융감독원은 '금융 검찰'로 불러도 무방할 만큼 금융권의 해묵은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는 평가다.
또 최근에는 국민은행 등 몇몇 시중 은행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 H지수 추종 ELS 상품의 대규모 부실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기존 ‘불완전판매’ 방지책의 현실적 한계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커졌다.
금융업종별로 보면, 은행권의 경우 지난 2 ~3년간 ‘디지털금융 혁신’을 공격적으로 주도해왔던 은행권의 경우, 나홀로 호황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작용하면서 상생금융 압박이 거세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권 전반적인 디지털 혁신서비스 경쟁의 위축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다른 경쟁 금융회사들보다 더 차별화되고, 더 강력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플랫폼금융 경쟁보다는 상생과 공생의 키워드가 우선됐는데, 이는 2024년 상반기까지 디지털 및 IT투자의 경색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금융 혁신’과 관련해 정책적 부문을 보면, 올해 금융 당국이 제시한 지원 정책의 기본 방향은 ▲금융산업의 균형있는 플랫폼 금융서비스 발전 지원 ▲금융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적극적인 규제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이는 기존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방향성과 제도적 수단 등에 있어서는 큰 틀에서의 차별화는 크게 없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고객이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인프라’ 가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세부적으론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대출 부실화 등 직접 당면한 현안 해결에 보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문 정부 시절, 핀테크를 통한 금융산업의 칸막이 해소, 생태계 확장을 통한 양호한 일자리 창출 등 거시지표에 보다 방점을 찍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올해 금융 당국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대출뿐 아니라 예금, 보험, P2P 등 다양한 상품을 비교·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시범 운영에 본격적으로 나선것도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확대를 통해 플랫폼(앱) 기반 다양한 금융 및 비금융서비스 이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규제 개선에 나섰다. 관련하여 금융 당국은 ▲알고리즘 공정성 확보 ▲불완전판매 방지 ▲손해배상 보증금 예치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비대면 금융플랫폼의 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응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 2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조각투자・증권형 디지털자산(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정비하기위한 방안이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하고,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숙제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올해 두드러진 성과물은 없지만 은행권 경우 기존대로 디지털 유니버설뱅크(Digital Universal Bank)전략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업계는우 ‘헬스케어 금융플랫폼’ 구축을 중심으로 진화된 혁신서비스가 선보였다.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에서 건강통계 분석(질병위험 분석 등)서비스를 허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Health Care)서비스 범위가 확대됐다.
이와함께 보험업계는 마이데이터사업자, 전자금융업자가 복수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수 있게됨으로써 ‘자동차보험’시장에 적지않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에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개’에 해당하기 때문에 등록을 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하지만 현재 대출상품 외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등록제도 등이 마련되지 않아 서비스가 불가능했다.
신용카드업계는 ‘생활밀착 금융플랫폼’이 확대되면서 대고객 서비스 다양화와 비즈니스 기회 창출의 계기가 됐다. 앞서 금융 당국은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신고없이 영위할 수 있는 부수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등 관련 규제를 해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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