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2023년은 인공지능(AI)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해다. 지난해 챗GPT가 출시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 회사 서비스와 조직 업무에 AI를 도입하는 데 속도를 올렸다.
국내 기업들도 '토종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각개약진을 펼쳤다. 네이버, LG, KT 등 주요 기업은 물론 신흥 스타트업들 또한 원천기술과 서비스를 다각화하기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AI 기술이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다는 점은 넘어야 할 산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앞에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게 됐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빅테크의 약진도 거세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한국에 특화된 AI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 사실상 독주? 오픈AI, 생성형 AI 신세계 열어
오픈AI가 챗GPT를 처음 소개한 시점은 2022년 11월 30일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어떤 질문이라도 사람처럼 답할 수 있는' 챗GPT에 열광했다. 출시 후 5일 만에 1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했고, 본격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챗GPT는 사실 오픈AI가 주력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AI 기업 관계자는 "챗GPT는 오픈AI가 자사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거대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등 자사 역량을 실험해볼 일종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실제 오픈AI는 챗GPT의 기반 모델인 GPT-3.5에 이어 3월 GPT-4 버전을 공개했다. GPT-4는 문자 뿐만 아니라 이미지까지 이해할 수 있는 모델로, 이전 버전보다 더 큰 규모의 텍스트 용량까지 처리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회사는 MS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더 빠르게 성장했다. 8월에는 기업용 챗GPT를 출시하며 수익화에 나섰고, 10월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대상으로 이미지 생성 AI '달리3'을 챗GPT에 통합했다. 11월에는 올해 4월까지의 정보를 학습한 신모델 GPT-4 터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오픈AI가 AI 서비스와 원천기술 분야에서 사실상 독주를 이어간 셈이다. 실제 구글,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자사 LLM과 AI 서비스를 선보이며 오픈AI와 같은 비슷한 발자취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IBM과 메타 등 50개 기업들이 오픈소스 기반의 동맹을 맺기도 했다. 폐쇄형 AI 진영에 속한 오픈AI에 맞서겠다는 취지다.
◆ 생성형 AI 열풍, 한국도 따라간다…혁신 '올인'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기업들도 생성형 AI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기존 서비스에 AI를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내 혹은 기업 고객의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기술을 쏟아냈다.
토종 AI 포문을 연 곳은 LG다. LG는 7월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엑사원 2.0은 ▲전문 데이터를 근거로 답변을 주는 대화형 AI '유니버스' ▲바이오·화학 분야의 소재 분석 및 실험이 가능한 '디스커버리' ▲이미지와 텍스트를 변환할 수 있는 '아틀리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당시 무대에 오른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현재는 B2B(기업간거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성형 AI로 지주, 화학, 바이오 등 주요 분야의 일하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뀐다면 모든 결과는 고객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8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X는 대화형 AI '클로바X', 생성AI '큐(CUE:)' 등 주요 서비스의 기반이 되고 있다. 당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다양한 영역에서 축적한 경험이 하이퍼클로바X의 기반이 되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AI 기반 추천 기술들을 검색, 쇼핑, 예약, 리뷰,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지도 등 영역에 적용하며 기술을 고도화했다"라며 "네이버는 기술로 세상을 변화 시키는 꿈을 꾸며, 생성형 AI라는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강조했다.
KT는 3분기 자체 초거대 AI '믿음'을 공개하고 상용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에서 응용 서비스 영역을 아우를 수 있도록 풀스택 전략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10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 덩치 키우기 속도, 수익성은 '아직'
다른 주요 기업들도 한국판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업스테이지 솔라(SOLAR), 코난테크놀로지 코난LLM, 솔트룩스 루시아LLM 등 AI 모델도 신호탄을 쏘아 올려 본격 입지를 확장 중이다. 업스테이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허깅페이스의 LLM 리더보드를 벤치마킹한 '오픈 Ko-LLM'도 운영 중이다.
9월에는 생성형 AI 스타트업을 위한 최초의 협의체가 출범하기도 했다. 협의체 이름은 '생성AI스타트업협회'다. 홈페이지 기준 현재 23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가 초대 협회장을 맡았다. 협회는 모두를 위한 AI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한민국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의견을 수렴하고, 테크 콘퍼런스 등 소통의 장을 여는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다른 어젠다(agenda)를 갖춘 스타트업 협회가 등장할 가능성도 점치는 분위기다. 생성형AI스타트업협회에 회원사로 추가 참여하는 것보다 핵심 분야를 핀셋으로 다루는 협회를 이끄는 것이 파급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와 코파일럿을 비롯해 멀티모달, 데이터 저작권 등 주요 어젠다가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아직까지 AI로 실제 '돈을 버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은 한계다. 일부 기업들이 기업대정부(B2G) 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다. 내년에는 그 사례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
◆ 오픈AI 독주, 한국 기업에게 '반사이익'일까
토종AI라고 하기에 거대 기업의 AI 모델을 끌어와 파인튜닝 및 학습을 하는 곳이 많다는 기술적 한계도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국내 AI 기업의 한 관계자는 "큰 회사들이 제안한 모델을 가져와 얼마나 성능 높은 결과물을 내느냐에 일단 집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내년 중 오픈AI의 성장세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오픈AI는 최근 누구나 노코드 방식으로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는 'GPTs'를 공개하는 등 국내 기업들에게 타격을 줄 만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국내 기업들은 '한국'에 특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을 당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AI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오픈AI의 생성형 AI 독주를 위협이자 기회로 보는 시각도 많다. 생성형 AI를 직접 도입해 써본 기업이나 개인이 많아진다면, 그만큼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기술과 서비스에 대해 보수적인 전략을 펼치는 고객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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