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가 중국의 추월로 동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은 1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통신 과거, 현재, 미래 워크숍’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강조했다.
윤 전 차관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무역흑자가 평균 750억달러였는데, ICT 산업 무역흑자만 보면 평균 1000억달러였고 그중 절반을 중국에서 흑자를 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ICT 산업에 의존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이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하고 ICT 모든 영역에서 우리와 같거나 앞서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작년 우리나라는 47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 윤 전 차관은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500년 전 ‘대항해 시대’에는 튼튼한 배를 가진 자가 패권자였다면, 지금 우리는 튼튼한 인공지능(AI)를 가진자가 패권자가 되는 ‘데이터 대항해 시대’에 이르렀다”며 “과거 대항해 시대에는 바람, 증기, 전기, 원자력 같은 ‘하드파워’가 세상을 지배했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프트파워 세상은 ‘ICBM+AI’가 지배하는 혁신적 도약의 경제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을 ICBM에 빗대 표현하고 여기에 AI를 더한 것이다. 윤 전 차관은 “하드파워만 가지고 주력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계속 내려갈 것”이라며 “ICT 기반 위에 생명과학을 발전시키는 한편 제조업의 역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공감대가 모아졌다.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은 “2022년 전세계 ICT 기술수준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유럽이 93.8점, 중국이 92.3점, 우리나라가 90점 정도”라며 “분야별로 이동통신이나 방송미디어 영역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나 AI반도체 쪽은 조금 부족하고 양자 이런 부분은 많이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프트파워로 연결되는 정책이 나오도록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서 좋은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ICT 산업 중 특히 통신 산업의 경제 기여도에 주목하는 한편 시대 변화에 따른 정책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전문위원은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지나며 압축성장과 추격모델을 썼기 때문에 국가 전체 리소스를 특정 산업 발전을 위해 투입하는 방식으로 국가 경제를 성장시켜 왔다”며 “1990년대를 지나며 ICT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는데 특히 통신 산업은 위기에 강한 산업으로 IMF 극복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통신 산업이 이런 큰 기여를 했음에도 해외 통신사들에 비해 에비타 마진이나 영업이익률이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이제는 과거처럼 국가중심적으로 정책을 끌고 가기 힘들어졌고, 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의 리소스 투입 방식이 지금도 유효한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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