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알뜰폰 업계 염원인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법안이 사실상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지만, 사후규제 전환을 전제로 하는 점에 대해 업계 우려가 나온다. 알뜰폰 업계는 서비스 경쟁력과 직결되는 도매대가 산정기준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사후규제라 해도 알뜰폰 산업의 자생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야 이견을 좁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인 만큼 사실상 본회의 통과도 유력하다.
알뜰폰 도매제공 의무제도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SK텔레콤)가 알뜰폰 사업자에 반드시 망을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지난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에서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가 3차례 연장 끝에 지난해 9월 종료됐다. 하지만 이동통신사 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는 알뜰폰 특성상 망 도매제공이 의무화돼야 한다는 업계 요구에 따라, 정부는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를 추진했고 국회가 여기에 동의한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1년 유예를 전제로 향후 사후규제를 도입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여기서 규제는 도매대가 협상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의미한다. 도매대가란 이동통신사 망을 빌리는 대가로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금액인데, 지금까지는 정부가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업체들을 대신해 SK텔레콤과 직접 협상하는 식으로 적정 도매대가 수준을 정해 왔다.
즉, 앞으로 1년 뒤에는 알뜰폰 업체들이 정부 개입 없이 개별 협상으로 도매대가 협정을 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들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니 정부가 굳이 시장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일부 주장이 반영된 결과다. 단, 개정안은 ①도매대가가 기존보다 부당하게 높아지는 경우 ②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이러한 사후규제 도입에 우려를 표한다. 개정안에 도매대가 산정기준은 포함하지 않고 사후규제만 도입한다면, 도매대가가 인하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는 것이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요금제을 구성하는 원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도매대가가 저렴해져야 알뜰폰 요금제도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시정명령 조건이 도매대가가 기존보다 부당하게 높아지는 경우인데, 사실상 도매대가를 더 인하하지 않고 유지만 해도 된다는 의미”라며 “그동안 정부가 협상을 주도할 때는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도매대가를 매번 인하해 왔는데 이제 기대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매대가 산정기준이 추후 고시에 반영될 순 있겠지만 이 역시 사후규제로 완전히 전환된 이후에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사실상 무의미한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는 현재 사용 중인 리테일마이너스 방식(소매 가격에서 마케팅비 등 회피가능비용을 제외하고 산정)에서 코스트플러스 방식(망 원가에서 일부 설비 비용을 감안해 산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통신사들은 원가 공개가 영업기밀 보호 차원에서 어렵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에 관철되지 못한 내용이 고시에 관철될 가능성은 적다고 봐야 한다”며 “알뜰폰 사업자들도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하는데, 자생력을 갖추게 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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