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고성능화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성능에 있어서 우리나라 배터리는 분명 '명품'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원재료부터 제조까지 자원 순환 관점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 도래할 겁니다."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17일 화학경제연구원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배터리 소재 및 미래 기술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선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 이슈, 향후 업계의 탄소 중립 실행 목표 등 업계 안팎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이 깊이 있게 다뤘다.
'리튬 이온 전지 사업 동향 및 혁신 전략'이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송준호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의 단순 '성능 중심'의 시장은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배터리 산업에 있어서 고도의 기술력은 더는 고성능의 전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경우 하이니켈 중심으로 배터리를 발전시키며, 성능 측면에 있어서는 중국보다 좀 더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다소 주춤하면서 완성차 기업들이 중저가 라인업을 확대하려다 보니, 이러한 성능 중심의 흐름이 끝나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강점, 성능이 좋은 하이니켈 배터리보다는 LFP 배터리 중심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LFP 배터리는 리튬과 인산철을 주원료로 하는 전지로, 니켈이나 코발트 등의 희소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테슬라, BYD,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중저가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기로 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은 중저가 전기차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만들어서 갖고 오는 배터리는 환경 측면으로 친화적이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렇다 보니, 미국이 중국을 배제, 자국 내 생산을 늘리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우리나라가 LFP에 힘을 쏟지 않은 이유는 아무리 단가를 낮춰봤자 중국보다 가격을 낮출 수 없는 이유가 있었는데, IRA 법 등으로 우리는 오히려 비싸게 팔 기회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라며 "그래서 올해 초부터 국내에 있는 대부분 배터리 기업이 관련 사업 준비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중국 이외의 곳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튬, 니켈, 흑연 등은 전 세계에 적당히 다 있다"라며 "가공하는 과정 등을 모두 따지면 100% 가까이 중국을 거쳐 온다고 할 수 있다"라며 "이를 어떻게 다른 데서 가져올 것이냐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배터리는 원재료부터 제조 그리고 재활용 재사용 모든 단계에서 친환경성을 얼마나 제고할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라며 "유럽발로 돌고 있는 친환경 이슈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미래 먹거리의 핵심 관건이다. 새 패러다임을 준비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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