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들여다볼 현안들이 적지않다.
국내 주요 은행들 내부 직원에 의해 발생한 대규모 횡령 사건을 비롯해 불법 계좌 계설 등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다.
여전히 금융시장의 메가톤급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과 관련한 대출건전성 지표 악화, 7~8월 '50년 만기 주담대' 급증으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의 확대와 연체율 증가 대책 등 올해는 금융권 전체에 중차대한 문제들이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정무위 국감에선 5대 금융지주사의 회장(CEO)들의 책임있는 육성 답변은 들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 하일라이트는 오는 11일 금융위, 17일 금감원 국감이지만 이 기간중 대부분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정무위 국감 모습이 되풀이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오는 9일~15일까지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이 예상되는 지주사 회자들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금융, 함영주 하나금융, 임종룡 우리금융,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등 이다. 회장들이 이 일정을 다 소화한다면 국내 정무위 국감 참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금융지주 회장들을 대신해 주력 계열사인 은행장들이 대리 참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정무위가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통해 선정한 올해 국감 기관소속 증인은 282명이며, 앞으로 추가로 증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물론 주요 금융 지주사 회장들은 IMF·WB 연차총회에 연례적으로 매년 참석해왔기때문에 특별히 올해 국감을 의도적으로(?) 피하기위해 억지로 해외 일정을 잡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사실 홍보성 사진 찍기외에 특별할 것도 없는 연례 행사에 참석하는 것보단 중차대한 현안들이 어느때보다 많은 올해 지주사 회장들이 국감장을 지키는 것이 보다 책임있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부 직원에 의한 금융권 횡령사고의 경우 우리금융은 지난해 700억원 가까운 금액이 발생했고 올해 6월 우리은행 전북 한 지점에선 약 9000만원의 횡령사고가 추가로 발생했다.
최근 BNK금융 계열의 경남은행에선 3000억원(누적)에 가까운 횡령 금액 전모가 최근 드러나면서 충격을 줬다. 금액의 과다만 있을뿐 이같은 횡령사고는 은행권 전체의 문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의 경우,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금융 당국에 적발됐고, DGB대구은행은 고객동의없이 1000여개의 주식 계좌를 불법 개설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문제 만큼이나 시급한 현안은 고금리 지속에 따른 가계·기업대출의 건전성 확보 여부이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은 올 7월말 기준, 국내 은행권의 원화대출 연체율이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49%)은 전월말(0.43%) 대비 0.06%p 상승, 전년 동월말(0.27%) 대비 0.22%p 상승했고, 특히 그 중에서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0.45%)은 전월말(0.41%) 대비해선 0.04%p 상승에 그쳤지만 전년 동월말(0.17%) 대비해선 0.28%p나 상승했다.
또한 부동산담보를 제외한 가계대출(신용대출)의 연체율(0.71%)도 전월말(0.62%) 대비 0.09%p 상승, 전년 동월말(0.37%) 대비 해선 0.34%p나 상승했다.
국감장에서 내부통제 보완 대책을 제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가계 및 기업 대출의 건전성 대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동안 5대 금융지주사들이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E.S.G와도 무관하지 않다.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이 일자 최근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우리 수산물 애용 릴레이 캠페인'에 나서는 것과 결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고공 행진과 국내외 채권시장 불안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민들 앞에 나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그들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회적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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