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공개할 예정인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두고 각 지역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선택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갤럭시S23 시리즈에 전량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가 투입된 것과 달리 내년 모델의 경우 삼성전자가 자체 설계한 차세대 엑시노스가 혼용 적용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어떤 AP가 탑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플래그십 모델에 각기 다른 AP를 적용해 각 국가별로 달리 출시하는 기존 전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에 따라 삼성 내부적으로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며 경쟁 양상도 보다 심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기존 전략은 각 지역별로 삼성 자체 모바일AP인 ‘엑시노스’와 퀄컴의 차세대 ‘스냅드래곤’을 교차 활용하는 방식이다. 플래그십 모델의 대표성과 그에 따른 성능, 인지도뿐만 아니라 원가 절감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선택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전략으로 회귀하기에는 삼성전자 내부 사정이 복잡하다. 유관 부서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엑시노스’ 설계는 시스템LSI사업부가 하지만 생산은 파운드리 사업부가 관장한다. 또 엑시노스가 갤럭시S24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사업부가 결정해야 한다. 시스템LSI는 내부 선택을, MX사업부는 외부 소비자 선택을 받아야 한다. 견조한 실적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각각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전례가 좋지 못하다는 것.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2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인해 뼈 아픈 경험을 했다. 갤럭시S22 역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와 각 지역별로 교차 적용했는데, 이 여파로 퀄컴이 업그레이드 버전인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를 삼성 파운드리 대신 TSMC에 맡기면서 파운드리사업부도 영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MX사업부는 올해 ‘갤럭시S23’에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를 전량 탑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바 있다.
하지만 MX사업부 역시 퀄컴 독점 구조로 가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 또 다른 플래그십인 ‘갤럭시Z 폴드’와 ‘플립’의 경우 전략 퀄컴칩을 탑재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최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AP 가격은 30% 가량 상승했다. 퀄컴과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구매한 모바일AP 비용은 5조7500억원에 달한다. 갤럭시S24의 가격 책정을 고려한다면 보다 효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모바일AP 성능 최적화 관건
갤럭시S24에 교차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AP는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설계하고 4나노 공정 기반으로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하는 ‘엑시노스 2400’이 거론되고 있다. 퀄컴은 올해말을 겨냥해 ‘스냅드래곤8 3세대’를 내놓는다.
이 중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 7월 28일 ‘갤럭시Z 폴드5’ 공개 후 서울 서초사옥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엑시노스냐 스냅드래곤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 2023에서도 동일 기조를 읽을 수 있다. 당시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 역시 “어떤 AP를 사용할 것이냐는 단말 경쟁력 최대화에 중점을 둔다”면서 “엑시노스인지 스냅드래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칩셋이 소비자에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지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스템LSI사업부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MWC 2023 현장에서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잘 준비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한 바 있으며,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권혁만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상무는 “MX사업부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주요 거래선으로 갤럭시 시리즈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 가능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사업 전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플래그십 재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엑시노스 성능과 최적화 측면에서 정상궤도에 진입한다면 충분히 갤럭시S24 등에 재진입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다만, 해외 IT전문매체들이 포착한 성능 지표는 기대와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IT전문매체 새미 팬스는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로 추정되는 갤럭시S24 플러스 모델이 벤치마크 플랫폼인 ‘긱벤치’를 통해 단일코어 2233점, 멀티코어 6661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보 유출자에 의해 거론된 삼성전자 엑시노스 2400 칩셋 기반 시제품으로 추정되는 벤치마크 결과보다 높다. 전반적으로 엑시노스 2400이 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또는 애플 A16 바이오닉보다 높은 성능 지표를 보이고 있으나 스냅드래곤8 3세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시제품에 따른 벤치마크 결과라는 점과 각각 동일환경에서 동시 진행된 결과가 아니기에 그에 따른 오차가 있을 수 있기에 엑시노스 2400 개발 과정에서 성능 최적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물론 퀄컴 역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퀄컴은 이례적으로 갤럭시Z 폴드5와 플립5를 위한 최적화 모델을 공급한 바 있다. ‘스냅드래곤8 2세대 포 갤럭시’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모바일AP는 삼성전자 MX사업부를 위해 퀄컴이 갤럭시를 위해 최적화한 모델이기도 하다. 갤럭시S24 역시도 동일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곱지 않은 유럽 시선, 국내 여파 있을까
갤럭시S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미국과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퀄컴 스냅드래곤을,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에서는 엑시노스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는 2011년 LTE에 진입하면서부터 엑시노스 탑재가 주로 이뤄진 지역이다.
국내서는 어떤 모바일AP가 탑재될 지 알 수 없으나 유럽의 경우 앞선 사례들로 인해 갤럭시S24의 엑시노스 2400 탑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유럽은 엑시노스 2200이 탑재된 갤럭시S22로 인해 GOS 논란을 토로한 지역이기도 하다.
유럽 기반 해외IT전문매체 삼모바일은 지난 7월 자체 트위터에 보유하고 있는 20만명의 삼성 팬 커뮤니티에서 진행한 삼성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의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응답한 사람 중 82.8%가 퀄컴을 선택했다. 삼모바일은 응답자들의 반응을 수렴한 결과 미디어텍보다 느리다 또는 삼성이 내년 매출에 상당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따랐다고 게재했다.
영국 테크레이다 역시 삼성은 유럽이 원치 않는 엑시노스 기반 갤럭시S24를 기획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포켓-린트는 전례를 토대로 유럽은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S24를 원치 않을 것이라며 벤 우드 CCS인사이트 수석
분석가이자 CMO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각 지역별로 출시하는 전략은 퀄컴 스냅드래곤의 예측 가능성과 성능 이점을 선호하는 기술 애호가와 일부 네트워크 운영자에게 인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라며, “모든 시장에서 스냅드래곤 플랫폼과 함께 갤럭시S23 시리즈가 출시 됐을 때 어떤 부분에서는 기쁘게 생각했다”고 지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엑시노스에 대한 성능 최적화뿐만 아니라 이미지 쇄신 역시 필요하다”라며, “그 바탕은 엑시노스가 보다 확실한 선택의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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