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인수한다는 내용의 기업결합이 한국에서 조건 없이 승인됐다. 두 기업 간 결합을 불허한 영국 등과는 반대되는 행보여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두 기업 간 결합을 불허했으나 경쟁 사업자인 소니가 적을 두고 있는 일본이 이를 승인한 상황이다. 한국 콘솔 게임 시장은 일본처럼 소니 시장점유율이 독보적으로 높은 상황이어서 같은 행보를 밟게 됐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블리자드와 마이크로소프트(MS) 결합이 국내에서 조건 없이 승인된 이유는 블리자드 게임의 국내 인기가 다른 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크다. 실제로 공정위는 최근 두 기업의 결합을 불허했던 영국 내 블리자드 ‘콜오브듀티’ 시장 점유율이 한국과 최대 8%p 차이가 난다며, 국내 인기가 해외보다 높지 않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서비스 경쟁자에게 공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경쟁 사업자의 경쟁력을 저해시킬 능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놓고 봉쇄능력을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봉쇄능력 없어…한국 게임 시장 ‘소니’ 우세=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캔디크러쉬사가 등 콘솔·PC·모바일 게임을 개발 및 배급하고 있으며 자사 유통망인 ‘배틀넷’에서 PC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블리자드 게임 배급 점유율이 크거나 이들 게임이 인기 있는 핵심 게임일수록 봉쇄능력이 인정된다. 공정위는 ▲MS와 블리자드가 개발·배급하는 게임들의 합산 점유율이 2% 이하로 낮은 편이고, ▲블리자드 주요 게임의 인기가 해외에 비해 낮으며 ▲경쟁사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의 대체 공급선도 충분해 봉쇄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공정위는 만약 봉쇄가 발생하더라도 경쟁사 소비자를 MS 가입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효과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콘솔게임에서 소니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70~80%, 국내 클라우드게임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30~4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매출 상위 10위 게임 중 PS 독점작은 3개, 일렉트로닉 아츠 및 반다이남코 등 제3자 개발사 게임은 6개로 나타난 점도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공정위는 게임 시장 자체를 크게 하나로만 놓고 보지 않고 게임 실행 기기별로 콘솔, PC,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나눴다. 클라우드 게임 경우 기기와 관계없이 스트리밍 기반으로 게임을 실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 또한 별개 시장으로 여겼다. PC 운영체제(OS) 시장 또한 게임 시장으로 봤다.
공정위는 모든 시장에서 봉쇄효과가 인정되지 않아 두 기업 간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MS가 경쟁사인 PS에 블리자드 게임을 봉쇄해 경쟁을 제한할 우려도 없다고 봤다.
◆각국 결론 상황은? “영국 불허, 미국 아직 대기 중”=앞서 블리자드와 MS 결합은 미국 및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경쟁당국에 신고된 바 있다. 각국은 게임 시장의 경쟁상황에 따라 모두 다른 결론을 도출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브라질, 칠레 등은 블리자드와 MS 결합으로 발생할 경쟁제한 우려가 없다고 보고 무조건 승인했다.
특히 일본은 지난 3월 자국 콘솔 게임 사업자인 소니(Sony) 우려 제기에도 조건 없이 승인했다. 블리자드 게임이 일본에서의 인기가 높지 않고, 소니의 콘솔 및 클라우드 게임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봉쇄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EU와 영국은 콘솔 게임 시장이 아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경쟁제한을 우려했다. 그러나 결론은 달랐다. EU는 지난 15일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경쟁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사에게 향후 10년 간 블리자드 게임을 무상 라이선스로 공급하는 조건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EU와 같은 이유로 우려해왔고, MS가 경쟁 클라우드 게임사에 블리자드 게임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자진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승인을 얻어내진 못했다. 영국은 지난달 26일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MS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쟁항소법원에 불복의 소를 제기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1년 이상 소요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콘솔과 클라우드 게임 시장 모두 경쟁제한 우려를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연방항소법원에 지난해 소를 제기했으며, 오는 8월 심리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경쟁당국은 관련 시장의 지리석 시장 범위를 자국으로 한정하고 경쟁제한성을 판단한다. 단, 유럽연합(EU)은 유럽경제지역(EEA) 또는 전세계로 한정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는 주요 국가 중 한 국가라도 두 기업 간 결합을 불허할 경우 인수가 불발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영국 CMA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6년까지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은 110억달러(한화 약 15조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전세계 게임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적지만,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CMA 입장이다. 영국 CMA 불허 결정이 전세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글로벌 게임업계 중론이지만, 미국 FTC 입장 및 MS의 CMA 소송 결과는 변수다.
공정위는 “이번 승인여부에 대해 국가간 판단이 다른 것은 각 국별 게임시장의 경쟁상황에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각 국 경쟁당국이 자국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공정위는 글로벌 기업 간 결합에 대해서도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그 승인 여부를 심도 있게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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