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오프라인 시장에서 사업자는 고객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상품을 판매하였다.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하여 사업자는 때로 다소의 허풍이나 과장을 늘어놓았고, 정보를 일부 감추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업자의 행위는 상거래 관행에 따라 일정 부분 허용되어 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마케팅(Marketing)이라는 용어로 장려되기도 하였다. 영리성이 본질인 상거래에서 사업자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시장과 달리 고객을 대면할 수 없고 불특정 다수를 수시로 상대해야 하는 온라인 시장에서의 마케팅 주요 수단은 스마트폰 액정에 표시되는 사업자의 앱(app) 화면, 구체적으로는 디자인, 상품 구성, 기능 배치 등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UI’)이다. 오프라인 시장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시장에서도 사업자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기 마련이므로,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고객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도록 UI를 설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소위 ‘다크패턴’(dark pattern)이라는 개념과 이에 대한 규제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 개념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온라인 시장에서 고객의 자율성이나 합리적 의사선택 가능성을 떨어뜨려 사업자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UI 유형들을 ‘다크패턴’이라고 통칭할 수 있고, 소비자의 정당한 이익이나 사회 전체적 후생 차원에서 다크패턴을 일정 부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사인(私人)의 경제 활동을 규제하겠다고 결정하였다면 대전제로 그 규제의 필요성에 관하여 이론적·실증적 측면에서 모두 엄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적자치의 원칙이나 계약의 자유와 같은 사적 영역의 근본 원칙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해외 유사 입법례는 참고는 될 수 있지만 외국과 우리나라는 엄연히 법현실과 문화에 차이가 있으므로 해외 법제도의 무분별한 답습은 곤란하다.
규제 필요성에 관한 검증이 마쳐졌다 하더라도, 규제의 정도나 수단에 관하여도 정책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사업자 영업 활동에 관하여는 이미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전기통신사업법, 약관규제법, 나아가 공정거래법에 이르기까지 이미 촘촘한 규제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다크패턴의 상당수는 이와 같은 현행 법률상의 규제로 충분히 규율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일례로 다크패턴의 유형 중 하나인 ‘숨은 갱신(소비자에게 별도의 고지 없이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는 경우)’의 경우 공정위는 이미 2011년과 2020년에 현행 전자상거래법 및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여 행정처분을 한 사례가 있다. 미국 또한 별도의 입법 없이 현행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를 적용하여 규제하고 있다. 설령 다크패턴에 관하여 현재 딱 맞아떨어지는 규제가 없더라도 사업자간 자율규제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꼭 법률을 제·개정하여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다크패턴을 규제한다면, 그 대상 또한 신중하게 선정되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온라인 시장에서 UI 설계는 사업자 입장에서 핵심적인 마케팅 수단의 하나이고, 고객의 선택을 사업자가 유도하는 행위는 상거래 관행에 반하지 않는 한 적법하게 허용되는 상술(商術)로서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허위나 과장은 용인된다는 점에서, 규제 대상인 다크 패턴과 그렇지 않은 패턴을 구분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쉽지 않다.
오히려 사업자가 고객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다크패턴이라는 이름으로 비난과 규제받을 대상이 아닌, 행동경제학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넛지(nudge)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이처럼 다크 패턴의 개념 및 그 구분 기준 자체가 아직까지 모호한 상황에서 자칫 규제 대상을 지나치게 넓게 정한다면, 이는 기업의 혁신이나 자율성 측면에서 허용되어야 할 마케팅 기법이나 UI 기술까지 규제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이해원/국립목포대학교 법학과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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