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경상남도 함양군에 추진했던 쿠팡 물류센터 건립이 끝내 무산됐다. 함양군은 쿠팡이 일방적으로 사업 철회를 통보했다는 입장이지만, 쿠팡은 적극 반박했다. 함양군 토지소유권 관리 부실로 사업이 3년이나 지연됐고, 약속했던 보조금 지원도 번복하면서 상호신뢰가 깨졌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지난 14일 뉴스룸을 통해 “함양군이 사실을 왜곡해 (쿠팡으로부터) 사업 철회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발표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허위 주장이 지속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쿠팡은 함양 물류센터 건립 추진 중단에 대해 함양군 토지소유권 관리 부실에 따른 사업 장기 지연과 당초 약속했던 보조금 지원 계획을 번복을 이유로 들었다. 대규모 투자에 앞서 상호 간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당초 합의사항들이 이행되지 않자 물류센터 건립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함양 물류센터 건립 계획 시작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4월 함양군과 쿠팡은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그 일환으로 호남을 잇는 물류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함양 물류센터 준공을 결정했다.
쿠팡은 함양군 신관리 3번지 일대에 총사업비 72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7만5710㎡(약 2만평) 규모로 첨단 물류센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쿠팡과 함양군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최소 300명 이상,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쿠팡은 함양군과 체결한 첫 업무협약(MOU)을 해지해야 했다. 함양군이 제공하려던 토지 중 일부가 물류센터 건립이 불가능한 토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이 각 지역에 시설물을 짓기 위해선 토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지자체가 토지소유권을 확보한 다음 기업에 파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함양군은 사업부지에 대한 환매권을 해소했다는 소식을 쿠팡에 전했고, 쿠팡과 함양군은 2020년 11월 재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물류센터로 들어가기로 한 구역 중 추가 매입한 토지에서 소유권 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또다시 드러났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또 6개월가량 기간이 소요됐다. 2022년 4월에서야 쿠팡이 함양군과 토지계약을 체결했다고 소식을 전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함양군은 쿠팡과 46억원 규모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쿠팡은 토지계약 시점 1년 안에 건축계획 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오는 18일 약속한 시점이 코앞으로 왔지만 쿠팡은 아직도 건축계획을 신고하지 않았다. 당초 함양군은 쿠팡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올해 1월 입장을 번복하면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토지문제로 사업추진 일정이 약 3년 지연됐고 보조금 지원 등 번복 등을 이유로 물류센터 건립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올해 2월부터 수차례 걸쳐 함야군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협약 이행을 위한 함양군 측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함양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쿠팡 함양물류센터 건립 무산 소식을 전하며 “쿠팡 측이 사업 철회를 통보했다”며 쿠팡에 책임을 전가했다.
군은 물류센터 조기착공을 위해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위한 관계 기관과의 협의, 신규인력 양성을 위한 자격증 취득 지원금 지급, 행·재정적 지원을 위한 절차 등 향후 운영에 대비한 지원책을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함양군은 “이러한 노력과 쿠팡과 지속적인 협의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함양군에 사업 철회를 통보했다”며 “투자협약서에 따른 모든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물류센터 조기착공을 기다려 온 함양군으로서는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쿠팡과 함양군이 맺은 계약은 이달 18일 종료되지만 실상 이미 함양 물류센터 건립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아직 함양군은 쿠팡에 공식적으로 사업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쿠팡은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상위 지자체인 경상남도와 지속적으로 이야기해본다는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3월 준공식을 마친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는 현재 10만평에 달하는 대규모 센터로 대구시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단순 물류센터가 아닌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 첨단 물류 장비 등이 들어서 대표 첨단 물류센터로 평가 받는다.
이처럼 수년 전만 해도 물류센터는 수많은 차량으로 인한 소음·매연으로 지역에서 기피하는 시설물이었으나 최근엔 그 위상이 달라졌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섬과 동시에 수백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대형 기업이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하면 여러 지자체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전자상거래 업종은 제조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자체가 마련한 산업단지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그러나 최근엔 지자체들이 정부부처·국회 등에 규제를 완화하도록 설득해 물류센터를 가진 유통업체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