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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예약하면 누구나 무료 탑승…제주서 ‘자율주행차’ 타보니

라이드플럭스의 탐라자율차 (사진=이나연 기자)
라이드플럭스의 탐라자율차 (사진=이나연 기자)
[제주=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자율주행을 시작합니다.”

차내에서 흘러나오는 안내음 소리에 운전석에 있던 드라이버가 핸들에서 손을 뗐다. 이윽고 핸들이 저절로 돌아가고 좌측 깜빡이가 저절로 내려가면서 차가 코너를 돌기 시작했다. 의식하지 않으면 사람이 운전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 실력이었다.

지난해 11월3일부터 올해까지 제주도민과 관광객은 제주 해안도로와 중문관광단지 일대에서 자율주행 공개 서비스 ‘탐라자율차’를 이용할 수 있다. 탐라자율차는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시범사업 일환으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가 주도한다.

제주도를 방문한 기자가 직접 탐라자율차 서비스를 체험해봤다. 먼저 탑승을 위해서는 라이드플럭스 웹페이지에서 예약해야 한다. 탐라자율차는 제주국제공항 인근 해안도로 및 중문관광단지에서 ▲용담~이호해안도로에 이르는 해안도로 순환형 ▲중문관광단지 구역형(라스트마일 서비스) 2가지 서비스로 제공된다.

기자는 이날 묵을 숙소 근처로 이동하기 위해 제주국제공항 인근 관광 거점을 연계하는 ‘해안도로 순환형’ 서비스를 골랐다. 출발 정류소를 제주국제공항 3층으로, 도착 정류소를 몰래물로 설정했더니 예약 가능한 시간표가 나타났다. 서비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인데, 날짜가 임박해 예약을 진행해서인지 절반 이상 시간대가 마감된 상태였다.

라이드플럭스 예약 페이지
라이드플럭스 예약 페이지
예약한 시간에 맞춰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안내된 정류장 상세위치로 향했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더니 예약한 차량번호판을 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눈에 들어왔다. 탑승 직후 첫인상은 당혹스러웠다. 최대 2명까지 예약 가능하지만, 분명 1인으로 예약했는데 운전석과 조수석에 누군가 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라이드플럭스 관계자들이었다.

라이드플럭스 자율주행차는 돌발 사태에 대비해 운전석에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조수석에는 차량과 주변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엔지니어가 탑승한다. 운전석과 자율주행을 작동시키는 코딩 수식을 띄운 중앙 모니터는 보안 정책에 따라 촬영이 금지됐다. 결론적으로 약 20분간 자율주행차에 탑승한 소감은 아쉬움과 만족감이 교차했다.

반쪽짜리 자율주행이라 다소 김이 빠졌지만, 누구나 무료로 자율주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높이 살만했다. 실제로 자율주행차에는 기본적으로 가는 차선이 다 정해져 있다. 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량이 많아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침범해야 하는 경우 등 특정 상황에 한해서는 드라이버가 자율주행 모드를 끄고 직접 운전해 차선을 변경한다.

이날 운전석에 앉은 김영민 테스트 드라이버는 “이 서비스는 두 대 차량으로 운영 중인데, 한달 평균 기준으로 60여명이 타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거리에 따라 이용자 수도 매번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라이드플럭스에 따르면 서비스를 이용해본 일부 승객은 “유료 전환 때에도 이용할 의사가 충분히 있다”고 할 정도로 자율주행차 기술에 긍정적인 평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석에서 바라본 자율주행차 내부 (사진=이나연 기자)
승객석에서 바라본 자율주행차 내부 (사진=이나연 기자)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부대표는 “탐라자율차를 시작한지 4~5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꾸준히 이용률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대다수 승객으로부터 ‘실제 사람이 운전하는 듯한 매끄러운 주행이었다’, ‘다른 차량이나 반대 차선 보행자를 인지 및 예측하는 능력이 인상 깊었다’는 식의 호응을 얻는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드플럭스는 쏘카가 2대 주주로 있는 관계사다. 2021년 말부터 양 사는 협업을 통해 제주공항~중문 편도거리 38킬로미터(km)를 오가는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를 인당 8000원에 운영하고 있다. 타다 앱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하며, 탑승 인원은 최대 4명까지다. 오전과 오후를 나눠 하루 2회 왕복 운행한다.

일일 운행 횟수가 적은 이유에 대해 정하욱 부대표는 자율주행차 운영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상황을 강조했다. 정 부대표는 “사실 자율주행을 유지하는 데 꽤 많은 비용이 든다”며 “스타트업이다 보니 비용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해 당장 운행 시간과 노선을 늘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에서 무인 자율주행이 도입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정 부대표는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형태로 시범 서비스하는 해외 기업들 경우, 이미 수십수조원 비용을 투입해 검증과 데이터 확보에 필요한 시간을 앞당겼긴 덕이 크다”며 “국내 기업은 아직 그 정도 규모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점진적으로 기술 고도화에 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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