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LG그룹이 LG전자를 시작으로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SAP로 전환한다.
30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LG전자는 SAP와 최종 라이선스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RP 전환 사업을 위한 사업 관리자(PM)도 확정돼 현재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LG그룹의 차세대 ERP 전환 사업이 과거 삼성전자의 글로벌 ERP 사업과 같이 국내 ERP 시장에 다시 활력을 찾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LG그룹의 ERP 전환 사업 개발 인력 확보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선 ERP 시장이 보다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ERP의 저변 확대가 점쳐진다. 국내 대기업이 ERP와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면서 SaaS 애플리케이션의 기업 확산도 기대되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계열사별로 SAP와 오라클 ERP로 ERP 시스템을 양분해 사용하고 있다. 화학 및 통신 계열인 LG화학,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은 SAP ERP를 사용하고 있으며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자부문은 오라클 ERP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영을 위한 ERP 시스템 일원화 요구는 몇 년 전부터 계속돼왔다. 2020년 LG 그룹이 본격적으로 ERP 표준화를 위해 사업 검토에 나섰으며 2년이 지난 시점에 결국 SAP로 ERP를 일원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불경기가 심화되며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와중에도 LG그룹이 ERP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불경기일수록 내부통제의 필요성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조직 내 중복을 막고 자원을 효율화하는 ERP는 장기적으로 기업의 군 살을 덜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룹차원의 ERP 사업인 만큼 이에 대한 사전작업도 본격화됐다. LG그룹의 IT서비스 계열사인 LG CNS는 SAP와 손잡고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시작 준비를 마쳤다.
LG CNS는 지난 10일 독일 발도르프 소재 SAP 본사에서 SAP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식에는 현신균 LG CNS 대표, 크리스찬 클라인 SAP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SAP의 ERP 솔루션 ‘S/4HANA’를 활용해 한국 기업에 최적화된 차세대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 운영키로 했다. S/4HANA를 활용한 사업 협업을 LG 계열사를 포함한 한국 시장을 시작으로 글로벌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LG CNS는 LG그룹내 ERP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다. LG CNS가 SAP 독일 본사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역시 이러한 그룹의 움직임에 본격 대응한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ERP 구축 실행조직으로서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LG CNS로서도 그룹의 ERP 전환사업은 매출구조 확대 면에서 긍정적이다.
한편 업계에선 SAP ‘S/4HANA’ 전환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S/4HANA’ 전환 사업은 IT서비스업체들이 별도의 사업팀을 꾸릴 정도로 올 한해 주요 수익원일 될 것으로 전망된다. SAP 라이선스 정책 변경에 따라 지속적인 유지보수를 받기 위해서는 ‘S/4HANA’ 전환이 필수인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 등 대형 사업이 나오고 다른 대기업들도 ‘S/4HANA’ 전환에 나서고있어 ERP 관련 인력 확보에 사업자들이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