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사라지고 있다. 재택근무는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라 IT 플랫폼 기업을 시작으로 여러 산업분야로 빠르게 도입되면서, 새로운 기업문화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과 어려워진 경영환경에 IT기업조차 임직원에 다시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재택근무를 가장 빠르게 도입했던 플랫폼 기업의 최근 근무 방식 변화 현황과 그 배경에 대해 살펴본다.<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면 원격근무(재택근무)를 유지하던 플랫폼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보편화됐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사무실 출근’이라는 선택지를 추가하는 모습이다. 반면, 업무 효율성과 직원 만족도를 앞세워 여전히 재택근무를 지속하는 기업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 기업이 재택근무 종료와 유지의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는 올해부터 ‘카카오 온’ 근무제를 시행한다. 새로운 근무제는 근무 시간과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 및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카카오 측은 설명했다. 이달부터는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완전 선택적 근로 시간제’가, 오는 3월에는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가 본격 운영된다.
◆전면 재택근무에 안녕 고한 IT 기업들=카카오는 지난해 7월 파일럿 형태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형 근무제’를 실시해왔다. 당시에는 직원이 원한다면 완전 재택근무도 가능했지만, 약 6개월만에 이 결정을 철회했다. 카카오 임직원은 회사 지정 사무실(판교, 제주 아지트)에서 근무해야 하며, 지정 좌석 등 제반 사항을 제공받는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전사 차원에서 사무실 근무가 원칙이나, 근무 방식 자체는 조직 특성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 현재 근무 방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직원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며 “조직 내 협의에 따라 원격근무도 가능하게 해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 장점을 모두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사 방침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재택근무를 일부 또는 전면 시행하고 있는 계열사들도 사무실 출근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카카오 계열사 관계자는 “카카오의 새로운 근무 방식을 내부에서도 고려 중”이라며 “사실상 본사처럼 오피스 퍼스트로 바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업계에서는 근무제 개편을 두고 카카오가 지난해 10월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를 계기로 업무 방식의 개선 필요성을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번에 폐지된 격주 놀금 제도 역시 사태 대응 과정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지난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일찍이 전면 사무실 출근 형태로 변경했다. 올해도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은 업무 효율을 위해 ‘재택근무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최근 대내외 불안정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생산성 제고가 절실해진 기업들의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택근무를 통한 비대면 업무 방식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협업하는 방식이 더 원활한 소통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 간 신뢰와 친밀감을 높여 더 큰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자 생산성이 최하위인 나라”라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근무시간 중 흡연을 하거나 사적인 전화를 하는 것이 허용돼 업무 집중도가 저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택근무는 집안일과 육아 등 여러 방해 요소 때문에 더더욱 업무에 충실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이상 無” 상시 재택은 계속된다=전면 재택근무제도를 폐지한 카카오나 게임사들과 정반대 행보를 이어가는 곳들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 도입한 ‘커넥티드워크’를 올해도 유지한다. 임직원은 반기마다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하는 O타입(Office-based Work)과 주 5일 원격 근무하는 R타입(Remote-based Work)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근무 방식 선택 결과,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등 8개 법인 직원 7313명 가운데 56%는 ‘전면 원격 근무’를, 44%는 ‘사무실 출근’을 고른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할 때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고 생각하는 것이 네이버 기업문화”라며 “자율근무제 형식 ‘책임 근무제’를 운영하는 데서 더 나아가 공간까지 직원들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도 지난해에 이어 전면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자율적으로 고를 수 있는 혼합형 근무제 ‘하이브리드 워크’를 시행한다.
여가 플랫폼들도 전면 재택근무 기조를 지속한다. 야놀자는 코로나 이후 상시로 원격근무를 실행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분당과 강서권에 위치한 거점오피스를 이용하거나, 사무실 출근도 가능하다. 야놀자 관계자는 “굳이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아도 업무 효율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이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며 “내부 만족도도 높으며 직원 중에는 지방으로 아예 이주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도 현재 전사 재택근무를 유지 중이다, 각 업무나 직책에 따라 편차는 있으나 사무실로 출근할 경우, 스마트오피스를 신청해 자리를 배정받는 방식이다. 상시 재택을 실시해보니 생산성이 저해되는 요소가 없어 앞으로는 코로나 확산 여부에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계속하기로 했다고 여기어때 측은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근무지를 자율 선택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무실 출근이나 재택 외에도 업무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어디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해외도 마찬가지다. 단 구성원간 원활한 협업을 위해 모두가 함께 일하는 필수 근무시간으로 코웍타임(평일 오전 10시30분~오후4시)을 정했다. 코웍타임 외엔 자율적으로 업무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코로나 이전에도 재택근무가 가능했던 쿠팡 역시 핵심 인력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미 비대면 회의 시스템 등 원격근무 문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사무실 출근이 원칙이지만 조직장 재량에 따라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IT업계에서 여전히 많은 기업이 활발한 재택근무를 펼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도입된 근무제도가 주요 기업문화로 안착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반화된 데다 집중 근무제 등 전에 없던 근무 방식이 많이 시도되다 보니 달라진 업무 환경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계속해서 유사한 방향성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