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전기차 시대다. 전기차 신차 광고가 연일 등장하는 한편, 도로에선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전 세계가 탄소 중립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2030년대 내연기관 신차가 자동차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 공개된 ‘2022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2021년 이후로 전기차 보급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가 국내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 기준 연간 보급대수는 50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2년엔 1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10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2021년 한 해에만 보급된 전기차가 10만대가 넘었다. 그에 따라 지난해 총 누적 보급대수는 40만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도 전기차 공급에 힘을 쏟고 있다. 향후 정부는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를 2025년 113만대, 2030년 300만대까지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 공급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전기차 인프라와 관련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택시, 승차공유, 렌터카 등 기존 주력 부문에서 나아가 사업 영역 다각화를 꾀하려는 모빌리티 플랫폼들도 전기차를 다음 먹거리로 낙점했다.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가 전기차 사업 공략하는 까닭은=업계는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서 전기차가 지니는 의의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한다. 바로 ▲탄소 중립 관련 자동차 제조업계 동향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사업 트렌드 ▲미래 비즈니스 구심점 역할이다.
현재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불안정한 대외 정세 속에서 머지않아 고갈될 가능성이 큰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대신,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 자동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올해부터 전동화 선진국인 노르웨이에서 순수전기차만 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하려는 니즈가 높아지자, 모빌리티 플랫폼은 자연스레 전기차 이용 편의성을 높여주고 해당 인프라 구축과 연계가 가능한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ESG 사업 차원과도 직결된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역할이 됐다. 모빌리티 플랫폼 입장에선 자동차 제조사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 그에 따른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게 어떤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모빌리티 산업 내 미래 비즈니스 인프라적 구심점인 주차 공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충전은 전기차 필수 요소인 만큼, 충전 인프라는 주차 핵심 연계 사업으로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전기차는 1~2분만 있으면 금방 주유가 완료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20~30분 정도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심지어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에 따라 충전속도가 최대 30배 이상 차이가 나타난다.
전기차 운전자는 현재 충전 중인 차량의 완충 예정 시간이 몇 분 남아 있는지, 충전할 수 있는 충전 단자가 남아 있는지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전기차 인프라에 주목, 이용자에게 예측 가능한 전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중요 과제로 삼는 이유다.
◆전기차 전환부터 충전 인프라까지…모빌리티 플랫폼이 전기차 시장과 손잡는 법=국내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기차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부터 카카오내비 앱에서 전기차 충전소 예약·결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새해 들어 카카오T블루 등 가맹택시와 프로멤버십 회원 택시를 통틀어 약 1만대를 전기택시로 전환하는 작업도 마쳤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스파로스EV’를 출시한 신세계아이앤씨와 손잡았다. 양사는 협업을 통해 전기차 충전 요금과 주차장 이용 요금을 합산해 출차 때 자동 결제되는 ‘무정차 출차 서비스’, 전기차 충전 중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배터리 진단 서비스’ 등을 선보일 방침이다.
쏘카도 지난해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시그넷이브이, 전기차 충전 서비스 선두주자 에버온을 비롯한 여러 전기차 사업체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급성장하는 공유차량의 전기차 전환 추세와 발맞춰 전기차 공유 및 충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충전 인프라를 공동 구축한다는 목표다. 쏘카는 2030년까지 현재 운용차량뿐만 아니라 서비스 확대를 위해 추가할 모든 차량을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산업은 단순히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연계해 이동 경험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또한 차량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연계한 비즈니스 중 한 축”이라고 강조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전기차에 관심을 갖는 건 먹거리 확장을 넘어 미래 시장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전기차 판매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어느 순간엔 민간 주도로 넘어올 것”이라며 “그 시점이 왔을 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지금 플랫폼 사업자들이 예비 동작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