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윤석열정부 빅테크 플랫폼 길들이기가 시작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선봉에 섰다. 윤석열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를 주창했을 때와 달리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로 규제압박이 본격화되자,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법안을 추진했던 문재인정부 시절처럼 적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가 플랫폼 정책 변화 신호탄이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독과점’을 언급하며,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하겠다고 발언했다. 공정위를 주축으로 한 플랫폼 규제 강화를 시사한 것이다.
칼을 쥔 공정위는 곧바로 카카오를 포함한 플랫폼을 지목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검찰 고발했다. 전문가들조차 금융회사와의 실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심사지침도 만들었다.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을 연내 제정하기 위해, 당초 오늘(21일) 전원회의를 열어 해당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논란이 된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은 빠졌지만, 업계에서는 플랫폼만을 대상으로 한 심사지침을 제정한 것만으로 이미 규제 강화가 이뤄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관계부처 협의를 위해 제정 시일은 다소 미뤄졌다.
또한, 공정위는 플랫폼 인수합병(M&A) 심사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경쟁을 제한할 소지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선 간이심사에서 일반심사로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공정위는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하는 한편, 플랫폼 독과점 관련 법제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자율규제를 외쳐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조차 뒤로 물러난 형세다.
결과적으로 산업계는 시름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압박이 과도하다는 토로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투자 위축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규제 리스크 부담까지 더해졌다. 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M&A 심사기준 강화를 비롯한 사안들 경우 스타트업까지 영향권 내에 있다. 국내 플랫폼 산업 발전이 규제에 발목 잡힐까 우려스럽다.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빅테크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GAFA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 대표 빅테크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 몸집은 아직 GAFA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 이후 2개월만에 규제로 향한 나비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무조건적인 성장 지원만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용자 보호는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하지만, 전방위적 규제 위험성도 들여다봐야 한다. 국내 대형 플랫폼을 잡으려다, 그 자리에 해외 빅테크 플랫폼을 앉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려면, 다각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이용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방법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