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네이버와 쿠팡이 올해 3분기 커머스 부문에서 나란히 두자릿수 외형 성장을 이뤘다. 양사는 시장 선점을 위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정보기술(IT)을 활용해 파트너와 협업, 수익성 강화까지 계획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풍토병화) 전환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네이버와 쿠팡은 3분기 커머스 부문에서 성장세를 유지했다. 네이버와 쿠팡은 각각 오픈마켓과 직매입 중심으로 운영하는 만큼 매출액 산정 기준이 달라 규모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사 성장세가 꾸준하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네이버 2022년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73억원과 3302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9.1% 증가해 사상 최대 매출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5.6% 줄었다. 이중 커머스 부문은 매출액은 458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4% 성장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통합 구분 손익 이익률은 전 분기 대비 0.9%포인트(p) 개선된 33.9%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쿠팡 3분기 매출은 51억133만4000달러(한화 약 6조8383억원·원·환율 1340.5원 기준)를 기록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원화 기준으로 27% 증가로, 역시 사상 최대치다.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프로덕트 커머스 순매출은 49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8%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3분기 영업이익 7742만달러(약 1037억원)로 2014년 로켓배송 출시 후 첫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쇼핑(17%), 신세계그룹(SSG닷컴·G마켓, 15%, 쿠팡(13%) 순서로, 아직 독보적 1위가 없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은 본격적인 합병 시너지를 위해 아직 준비단계다. 네이버와 쿠팡은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배송 역량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이다.
◆ 네이버, 연합군과 ‘배송 시너지’ 본격 시작=네이버는 다음 달부터 ‘네이버도착보장’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 서비스는 CJ대한통운을 포함한 주요 물류사와 네이버가 지난 1년여간 함께 준비하던 빠른배송 프로젝트 결실이다. 네이버가 자체 물류센터를 짓지 않는 만큼, 정확히는 판매자들에게 물류 자체 아닌 물류 솔루션을 제공한다.
50만 스마트스토어 대상으로 중소상공인(SME)도 인공지능(AI) 개발자나 데이터 분석 전문가 없이 소비자직접판매(D2C)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취지다. 도착보장 서비스는 네이버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생태계 전략 일환이다. 쿠팡처럼 직매입 상품을 배송하는 1p(fisrt party) 중심 모델에서 더 진화한 플랫폼·물류 결합한 모델을 선보인다는 목표다.
이용자에겐 정확한 배송 도착시간을 제공하고, 입점 파트너사에겐 물류 인프라를 마련해준다. 물류사는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네이버는 대규모 물류센터 구축을 통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기술 솔루션을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출시 초기엔 솔루션 사용료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점진적으로 합리적 수수료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점유율 확장과 동시에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모든 부분을 독점하기보다 네이버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함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네이버 강점인 많은 쇼핑 데이터베이스(DB)와 최저가 검색에 더해, 다른 경쟁 플랫폼에서 제공하고 있는 빠른배송 서비스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은 곤지암·용인·군포 등 전국 9개 네이버 중심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거나 열 예정이다. 네이버는 연말부터 퀵커머스 서비스도 전개한다. 역시 네이버가 상품 배송 전과정을 도맡기보다 대형마트·슈퍼마켓들과 연계해 1시간 내 배송해주는 유형이다. 네이버에 이미 입점해 장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마트·홈플러스·GS리테일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 ‘규모의 경제’ 이룬 쿠팡, 물류 네트워크 힘 지속=네이버가 각 사 강점을 토대로 연합군을 구축한 형태라면 쿠팡은 자체적으로 전국적 유통망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 전국 물류 인프라 규모는 2020년 말 70만평에서 지난해 말 112만평으로 늘었다.
인구 70%가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에서 살도록 만든다는 목표로 촘촘한 물류망 구축에 투자했다. 총면적만 축구장 500개 크기로, 여의도 면적보다 28% 넓다는 설명이다. 물론 촘촘한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해 2014년 로켓배송 출시 후 6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지난 7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기술·풀필먼트·라스트마일 물류를 통합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그 결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 존재하는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년 전만 해도 약 4300억원 손실을 낸 쿠팡이 올해 3분기 흑자를 낼만큼 크게 수익성이 개선된 배경은 기술 혁신에 대한 투자였다. AI와 머신러닝을 이용해 급격한 수요가 발생하기 전 예측하고, 상품이 필요하기 전 물류와 배송 네트워크에 선제적으로 배치한다. 수백만건 주문에 대한 동선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가령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쿠팡은 머신러닝 기술 기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였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직매입 방식 로켓배송 상품군(1P) 뿐 아니라 쿠팡 풀필먼트 물류(FLC)를 사용하는 제트배송 서비스를 앞세워 오픈마켓 3P 상품군도 확대한다. 단 아직 쿠팡이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네이버를 포함한 경쟁사들이 배송 역량을 강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쿠팡이 규모의경제 효과를 지속 이어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쿠팡) 영업현금흐름은 흑자지만 설비투자(capex)가 크게 지출되고 있어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라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고 있고 신사업 투자에도 신중을 가하고 있는 만큼 내년 FCF가 흑자 전환할 경우 주가에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