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구글이 창작자들을 앞세워 망무임승차방지법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일부 창작자 단체에는 법안 반대 민원을 제기하라며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두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일부 창작자 단체에 법안 반대 민원을 제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단체들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 등 국회에 실제로 법안 관련 항의성 연락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망무임승차방지법은 글로벌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국내 망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으로, 전기통신망을 이용하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계약이나 망 이용대가 지급을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트래픽 양과 이용자 수 등을 기준으로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만을 적용 대상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중소 CP나 개별 창작자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은 없다. 구글은 그러나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20일 유튜브코리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망무임승차방지법 반대 청원 서명을 촉구했다. 또한 망 이용대가에 대해 “콘텐츠 기업들에 이중 부담을 주는 것으로,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입법이 강행될 경우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며 한국 유튜버들에게 불이익 정책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를 동원한 파상공세에도 나섰다. 유튜브가 운영하는 ‘유튜브크리에이터스코리아’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유례없는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와 유튜브 운영에 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적힌 게시물들을 공유했다. 공식 페이스북에서는 법안 반대 청원을 소개하는 30초 분량의 짧은 영상을 게시했다.
이에 몇몇 유튜버들은 구글의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는 최근 ‘SKT VS 유튜브 무엇 때문에 싸우나?’란 제목의 방송에서 법안과 관련해 “유튜브·넷플릭스 등 해외 대형 콘텐츠 사업자 때문에 통신사 비용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을 받겠다고 하면 국제적 인터넷 망의 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구글이 우월적 지위로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창작자들을 볼모로 삼아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치 한국 콘텐츠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해 망 이용대가를 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애플과 디즈니, 네이버 등 국내외 대다수 CP들이 이미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지만, 구글은 넷플릭스와 함께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대표적인 사업자다.
국회 관계자는 “망무임승차방지법의 대표적인 적용 대상인 구글이 여론전에 총공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소 CP와 창작자들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을 파고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글이 앞서 인앱결제강제금지법 당시에는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법안이 통과돼 곤욕을 치렀지 않았냐”며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