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주요 인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했다. 여당은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나섰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반발했다.
16일 국민의힘은 한상혁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한 공세를 펼치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박성중·허은아·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혁 위원장의 위법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미달만으로도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한 위원장의 농지법 위반 의혹을 걸고 넘어졌다. 이들은 “포털 도로뷰 사진을 확인한 결과, 2018년에 비어 있던 농지가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한 2019년 서서히 주택 형태를 갖춘 (농막이 지어지더니) 2022년 4월에는 별장이나 다름없는 모습을 갖추고 있다”며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계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한 위원장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또한 한 위원장에 대해 “매우 편파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인물로, 언론계의 조국이라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라고도 직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 위원장은 취임 직후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 규제를 예고하며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이던 언론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며 “좌파 견해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 온 선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여당 공세에 야당 의원들도 맞불을 놨다. 과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인사 탄압”이라며, 한 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는 “윤석열 정부의 사퇴 협박이며 방송장악 음모의 시작”이라고 맞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7월 한 위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구한 모든 부동산 자료를 제출했지만 누구도 이 농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없다”면서 “느닷없이 보수 언론의 검증되지 않은 보도를 받아 비난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일갈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한 위원장은 무조건 사퇴하라’, ‘우리가 방통위를 손아귀에 넣어 방송을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속내”라며 “국민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집권세력의 방송장악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2023년 7월 임기가 만료된다. 그러나 한 위원장과 더불어 2023년 6월 임기가 만료되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사실상 ‘사퇴’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장관급 인사인 이들은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관례상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한편 한 위원장은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 소재 전·답은 1984년 매입해 소유하던 선친으로부터 2020년 1월 공동상속(동생 포함 총 5인) 받은 것”이라며 “해당 토지는 대전에 거주해 영농이 가능한 셋째 동생이 농지원부를 발급받아 위탁 운영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기사에 언급된 농막은 선친께서 기준에 맞춰 연면적 18㎡(약 5.5평)로 설치한 것으로, 농지법령에 따라 2018년 5월10일 관할구청(대전 유성구)에 신고했다”며 “위 농막은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은 이후 별도의 시설변경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