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이번주 주간블록체인도 역시 루나(LUNA) 붕괴에 따른 후폭풍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각국이 가상자산 규제의 강력한 신호탄을 쏘고 있는 가운데 국내도 이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원화마켓이 있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일 예정인데요. 이들은 긴급 당정간담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시장 투자자보호 대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 금융정보분석원(FIU) 김정각 원장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가 모두 참석합니다. 몇몇 거래소가 아직 참석여부 미정이라고 전한 상황이지만, 사태가 엄중한 만큼, 불참하기는 힘들어 보이네요.
테라 폭풍, 어디쯤 와있을까.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짚어보도록 하죠.
◆물러설 생각 없는 권 대표, 테라 생태계 소생 강행
특별히 이 '폭풍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생태계 조물주 권도형(도권) 대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핫한 이슈인데요. 그가 테라 사태 이후 자신의 공식 트위터에 올리는 생각은 곧바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특히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는데도 자신의 소신을 꿋꿋이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테라 생태계 수장이었던 권 대표를 조롱하는 밈코인 일명 '도권토큰' 발행까지 예고되면서 천재가 하루아침에 조롱거리가 된 시점이어서 그의 거취가 큰 주목을 받는 것도 당연한 상황입니다.
권 대표는 최근까지도 테라 커뮤니티를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소신을 밝힌 상황인데요. 테라 사태가 발발한 이후 그의 심경부터 최근까지 테라를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 대표는 급기야 권 대표를 둘러싼 신상 위협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했습니다. 그는 단지, 수년간 작업이 낭비되지 않도록 테라 커뮤니티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는 "일각의 살해 위협에도 두렵지 않다"라며 "마지막 한 명 개발자가 테라 코드를 작성하고 있는 한, 그를 도와 밤낮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테라 지키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또 탈세한 적이 없다는 점과 함께, 숨기는 것이 없기 때문에 모든 소송과 규제 관련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해외 도피 의혹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과 테라폼랩스코리아 청산이 5월 초에 이뤄진 것에 대해 우연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네요.
이와 같이 청렴결백함을 강조하는 권 대표는, 이미 앞서 지난 18일 테라를 부활시키기 위해 검증인들을 상대로 찬반투표를 진행해 왔습니다. 즉 기존 테라 블록체인에서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드는 하드포크를 통해 새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예정대로 계획이 진행되면 테라 블록체인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오는 27일 공개됩니다. 즉 네트워크를 살리고자 하는 의견이 많다면 권 대표 뜻대로 새로운 네트워크가 가동되는 것인데요.
하지만, 그의 이런 행보에도 여전히 시장의 눈초리는 따갑습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이자 테라 초기 투자자 바이낸스 자오창펑 대표는 권 대표 하드포크 제안에 "아무런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라고 일침을 날렸죠.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테라 생태계 재구성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 수많은 비관적 시선에 테라 생태계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조명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더(USDT) 최고기술책임자(CTO) 파울로 아르도이노는 테라 프로젝트가 러그풀(먹튀)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잘못 설계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테라는 카드로 만든 집 같아서 붕괴 우려가 있었지만, 도권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권 대표는 루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트위터를 통해 실패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었죠. 실패를 인정한 후, 다시 설계된 테라 하드포크 제안이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 질지 유심히 지켜봐야 하는 주간입니다.
◆권 대표 생각은 합리적인가?
그렇다면 권 대표는 테라 생태계를 어떻게 살리려 하는 것일까요. 살려지기는 하는 걸까요. 권 대표는 실패한 테라USD 코인을 없애고 테라 블록체인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권 대표가 밝힌 것은 테라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소수 검증인에게 25%, 필수 개발자 5%, 가격 폭락 전 시점 모든 루나 보유자 35%, 현재 루나 보유자 10%, 테라USD(UST) 보유자에게 25% 새로운 루나를 배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새로 발행하는 루나 물량은 10억 개, 연 7% 스테이킹 이익률이 골자입니다. 즉 루나를 맡기면 연 7% 수익을 제공하면서, 루나 수요 유인을 만들어 가격을 떠받치겠다는 것인데요.
이는 연 19.5% 수익률 보장이라는 파격적인 디파이 이율을 제공했던 앵커 프로토콜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네요. 퍼싱스퀘어캐피털 빌 애크먼 대표는 '피라미드 체계의 암호화 버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도지코인을 만든 빌리 마커스도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업계를 영원히 떠나라고 지난하고 나섰네요.
이들의 비난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 사실 끊임없이 루나와 UST 수요를 일으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앵커도 이번 루나 가격 급락을 막지 못했던 큰 이유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도식화하면 UST 가격이 떨어지고 디페깅 현상이 나타나자, UST 신뢰를 잃은 투자자들이 앵커 예치금을 대거 회수하는 등 뱅크런이 지속됐고, 생태계가 회복되기 힘들도록 붕괴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앵커가 테라 생태계 핵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주간블록체인을 처음 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담보가 아닌 알고리즘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UST가 성공하려면, 지속해서 수요가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했는데요. 이를 위해 테라는 앵커 프로토콜이라는 디파이 서비스를 통해 UST 수요를 지속해서 발생시키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UST를 매수해 앵커에 예치하면 19.5% 이자율을 지급하는 것이었죠. 실제 매력적인 이자율로 인해 UST 수요가 커졌습니다. 예치자가 UST를 맡기면, 대출자는 루나나 이더리움(ETH)와 같은 가상자산을 유동화 시켜 담보로 삼고 대출하면서 끊임없이 UST와 루나의 공급과 수요를 일으켰죠. 최근까지 UST 수요 대부분이 높은 이자율을 받기 위한 예치금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죠.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요새와 같은 하락장에서 떨어지는 UST를 끌어올리기 위해 루나를 발행해야 하고, 그만큼 루나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이 있었죠. 결국 테라는 그 위험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이전과 다소 흡사해 보이는 알고리즘을 제시하는 해결책에 회의적인 시각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투자로 막대한 손해를 본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생각하지 말고, 있는 루나를 소각해 조금이라도 가격을 부양하라"라고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네요.
◆투자자 보상, 진흙탕 싸움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해 지난 19일 권 대표를 포함해 공동창업자이자 소셜커머스 티콘 설립자 신현성씨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고소·고발했습니다.
테라 측이 이 사태를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는데요.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도 루나 폭락 사태를 두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네요. 이들은 "국내에서도 28만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라며 "그동안 20%에 육박하는 이자를 지급했던 앵커 프로토콜 관련 폰지사기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이를 위한 개선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피해를 촉발시켰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디파이(De-Fi) 서비스였던 앵커 프로토콜 자체가 사기였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이 서비스가 테라 생태계 주축이었던 만큼, 이 서비스가 사기성으로 기획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들 주장으로 보입니다.
사실 투자자들 분노 원천은 당연히 투자손실 이겠죠. 만일 손실액만큼 테라 측에서 보전을 해준는 확신이 있었다면, 법정싸움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손실보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지난 16일 기준 보유 자산 내역을 공개하고, 소액투자자부터 배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황인데요. LFG가 공개한 자산은 약 4000억원 가량입니다. 루나가 폭락 직전 시가총액이 30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상하기엔 크게 부족한 액수네요.
◆테더(USDT)는 안전할까
사실 루나 붕괴에 따른 보상 말고도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UST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들에 대한 불안감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테이블 코인 대부격이라 할 수 있는 테더(USDT)만 봐도 사태의 심각성이 피부에 와닿는데요. USDT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와 이더리움(ETH)에 이어 시가총액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코인입니다.
바로 이 USDT 또한 지난 12일 페깅이 무너져 0.9409달러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이후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지만, 달러와 일대일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얼마든지 또 찾아올 수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물론 USDT는 UST와는 다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UST가 루나와 상관관계를 활용해 1달러 가치에 고정됐던 것과는 반대로, USDT는 달러라는 안전자산을 담보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더 측은 USDT가 1달러당 1USDT 가치에 따른 환매 요청 처리에 실패한 적이 없다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지속해서 USDT가 붕괴에 임박했다는 일각의 예측을 의식한 데에서 나온 내용인데요. 익명의 가상자산 마켓 애널리스트는 "USDT 붕괴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USDT 붕괴는 UST가 촉발한 위기의 1000배가 넘는 여파를 동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이는 지속해서 테더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기인한 경고인데요.
실제로 테더 측은 USDT 디페깅 발생 후 5일 동안에만 76억 달러 상당 USDT를 고객들에게 달러로 상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테더 현금 보유량 두 배 규모인데요. 또 코인게코에 따르면 테더는 지난 12일 12시 9분 기준 시가총액 832억 달러(약 106조원)에서 이날 12시 9분 기준 733억 달러(약 93조원)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우리 돈으로 13조원 가량을 투자자들이 내던진 셈입니다.
사실 테더는 달러를 담보로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기 때문에, 테더가 실제로 발행하는 USDT 만큼,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쉽게 말해 얼마든지 사용자가 인출하기로 마음먹었을 경우, 인출해 줄 수 있는 달러가 있으면 페깅이 유지됩니다. 테더는 모든 UST가 은행에 저장된 달러로 1대1 변환이 가능하다고 밝힌 적 있지만, 테더는 달러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담보가 충분히 건전한지도 체크해야겠죠. 예컨대 어떤 종류의 회사채를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죠.
테더는 최근 1분기 감사 보고서에서 기업어음 보유량이 감소한 반면 미 국채 보유량은 증가했다고 밝히고 나섰죠. 1분기 기업어음 보유량은 199억 달러(25조2538억원)로 전분기 242억 달러(30조7106억원) 대비 17% 감소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머니마켓펀드(MMF) 및 미 국채 보유량은 전분기보다 13% 늘어난 392억달러(49조7461억원)를 기록했습니다. 1분기 연결 총자산은 824억달러(104조원)로 부채를 상회한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테더는 자신들이 밝히는 것 이외에 분기마다 발행하는 준비금에 대한 외부 감사 요청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앞서 테더는 지난 몇 년간 테더 준비금 구성을 설명하는 자료를 일반인이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달라며 뉴욕 법원에 '특정 자료 비공개' 신청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즉 구체적인 담보자산 내역은 아직 자유롭게 일반인이 알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테더에 불안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까지 테더를 매각할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일단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스테이블 코인이 규제를 받지 않고 성장하게 놔둔다면 금융 안정성에 미칠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2022년 말까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승인할 것을 미국 의회에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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