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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럴려고 만든 기술이 아닌데…러 군인 전사통지서 역할하는 ‘안면인식 AI’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러시아 군인이나 우크라이나 군인이나 생명은 모두에게 고귀하고 소중하다. 그들도 군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한 가족의 소중한 가장이고, 또 누구의 귀한 아들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투 중에 사망한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그들의 가족을 찾아, 전사 통지서를 전달하기위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최근 인공지능(AI) 기반의 안면인식 SW 전문업체인 클리어뷰의 기술을 이용해, 러시아군 전사자의 사진을 찍어 생전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등에 기록된 이미지웹과 대조해 전사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클리어뷰는 러시아의 대형 소셜미디어서비스인 'VKONtte'에 올라온 20억개 이상의 이미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검색 엔진을 통한 결과물을 우크라이나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파악된 전사자는 러시아의 가족에게 SNS 등을 통해 전달된다. 다만 시신을 수습하고 전달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술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정보 당국은,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전사자를 8700명~1만5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직접 확인된 숫자 외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의 탑승자 숫자 등을 위성사진으로 확인해 대략 역추산한 결과다.

러시아의 가족들은 당국의 정보통제로 자식이 참전한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또는 생사 여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같은 방식으로 전사 통지를 받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러시아 내부의 동요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이 인도주의적측면만 고려된 것이 아니라 여론전으로도 활용하겠다는 우크라이나 당국의 의도도 엿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같은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전사자 신원확인 방식은 우크라이나의 디지털전환부 장관인 미카일로 페도로프가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인들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찾기 위해 클리어뷰 AI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페도로프 장관은 “전사한 군인들의 부모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최소한 가족들에게 아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시신을 수습할 수 있도록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 정보를 전파하고 있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페도로프 장관은 안면인식을 통해 확인된 시신의 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측 가족들이 인정한 비율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사자에 따라 시신의 상태가 온전한 경우도 있지만 훼손이 심한 경우에는 안면인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이와함께 페도로프 장관은 전투에서 사망한 자국 군인을 식별하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는, 이번 우크라이나 정부의 전사자 확인 목적과는 별개로, 기존 인권단체들은 이같은 안면인식 클리어뷰 채택에 대해 잘못된 식별 가능성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클리어뷰사는 미국 일리노이주 '생체정보 프라이버시법'에 따라 제기된 소송을 벌이고 있다. 클리어뷰 SW를 이용한 인터넷 이미지 정보 수집이 사생활 보호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외에 인권단체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세계 법의학계에서도 이같은 안면인식 SW를 통한 '사망 확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높다. 아직 세계 어느나라도 안면인식 기술을 법의학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호주 모나쉬 대학의 법의학부 책임자인 리처드 바세드 교수는 "지문이나 치과 기록, DNA가 누군가의 신원을 확인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적군의 전사자에게 그런 보편적인 데이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부상당한 얼굴, 무표정한 얼굴 사진으로 잠재적으로 죽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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