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18일 한국방송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 개선 방향과 바람직한 정책 제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다양한 미디어 관련 학계·법조계 전문가가 참석해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방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규제와 성격 규정 ▲미디어 관련 정부기구 개편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이 자리에는 각당 미디어정책특벽위원회 위원장들도 참석해 의견을 제시했다.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 필요…핵심은 정치적 후견주의 탈피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단연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개편이었다. 현재 KBS만 해도 이사진 11명이 여당이 추천한 7명과 야당이 추천한 4명으로 구성된 가운데 정치적 중립성이 지적됐다. 이에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을 통한 정치적 독립성 확보는 대선때 마다 단골 공약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막상 대선 이후엔 이해관계에 따라 철저히 외면받으며 다음 정권의 숙제가 됐다. 이날의 쟁점도 정치적 후견주의에서 벗어나 어떻게 개편할것이냐였다.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공영방송은 방송의 자유와 민주적인 여론 형성의 역할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라며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건 내부 감독이며, 여기에 시민 등 다양한 세력들이 참여해야 한다. 현재 정치권이 참여하는 지배구조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매번 느끼지만 어느 정당이든 집권 이후 (거버넌스 개편은) 없던 일이 됐다”고 꼬집으면서 “정치권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확립하고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편하실 건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허욱 더불어민주당 미디어·ICT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성동규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은 공영방송 이사진·경영진 임명에 거대 양당의 개입을 차단해야한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특히 허욱 수석부위원장은 이사진의 경우 국민 참여를 늘리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고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사장도 사장추천위원회를 두고 거기서 3분의2 이상 찬성을 받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안과 150명 이상 200명 이내의 시청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장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최종 평가점수 중 70%를 반영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OTT 규제 앞서 래거시미디어 관계 설정해야…“OTT, 기존 방송과 달라”
OTT 규제정책 도입에 있어선, 기존 래거시미디어와 구분되는 OTT 성격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금까지 국내 미디어시장이 정부에 의해 철저히 설계됐다면, OTT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를테면 김영삼 정부는 케이블TV를,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TV(IPTV)를 도입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이종권 변호사는 “OTT에 대한 차기 정부의 공약을 살펴보면 미디어 진흥을 위해 OT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건 읽히는데, OTT와 래거시미디어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하겠다는 논의가 없다”며 “역사를 살펴보면 국내 미디어의 큰틀은 기본적으로 정권이 추구하는 철학에 따라 바뀌었다. OTT와 다르다. 이에 OTT가 향후 우리 전체 미디어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기존 미디어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TT가 래거시미디어와 다른 부분들도 강조됐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는 “OTT라는 것이 과거의 미디어와 다르게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되다 보니까 래거시 미디어와 기능이 비슷하다곤 하지만 굉장한 차이가 있다”며 “기능적인 부분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과거의 법으로 포괄하려는 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OTT와 방송을 동일서비스로 보고 규제하기 보다는 새로운 미디어법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본인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인터넷실명제’를 언급하며 “인터넷실명제로 국내 이용자가 해외 서비스로 대거 유출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며 “규제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진한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OTT 규제에 있어서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양당 관계자는 OTT의 차별화된 특성을 고려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성동규 위원은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는 플랫폼 영역”이라며 “OTT는 로컬 비즈니스가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국가적인 서포트와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허욱 수석부위원장은 “OTT서비스는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된 복합적 성격을 지녀 진흥과 규제체계의 합의가 여의치 않다”며 “결국 OTT 서비스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의 차별화다. 내부에서 OTT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들을 논의 중이지만 1순위는 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지원 강화”라고 강조했다. 또 “기존 시장이 OTT 중심의 종속화되는 현상이 증가할 것”이라며 “통합미디어법 제정을 통한 새로운 법규 신설로 유료방송도 OTT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들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거버넌스 재편 필요…국힘“CPND-U로 확대”·민주“리더십 중요”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른 정부조직 개편 필요성도 이날 언급됐다. 현재 미디어정책 관련 부처는 크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분화되어 있는 가운데, 각각 진흥과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거버넌스 대안으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기능을 통합하되 방송규제 기능은 독립적인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하거나, ICT 규제진흥기구와 미디어 규제진흥기구로 분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진흥과 규제로 나누어진 거버넌스 형태를 십수년간 경험해 봤기 때문에 학계와 정치계, 업계 모두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며 “이원화된 미디어거버넌스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실패했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조직 내에서 가장 작은 조직인 방통위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통위의 예산은 전쳬 예산 중 2500억원으로, 이는 과기정통부의 1.55% 규모다”라며 “그만큼 방통위 자체가 인력이나 에산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당 관계자 역시 미디어거버넌스 재편의 필요성엔 적극 공감하면서도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허욱 수석부위원장은 “완벽한 미디어거버넌스 모델이 부재하고, 대안제시가 필요하다는 부분에 동의”한다면서도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잘 운영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구조 개편과 리더십 같이 가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성동규 위원은 ”거버넌스의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며 ”콘텐츠가 같이 묶이진 않고 효율적인 정책을 펼칠 수 없을 것이다.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U(이용자) 기반의 독임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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