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알뜰폰 시장 내 통신3사 자회사를 향한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6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등록조건 변경을 위해 통신3사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현행 등록조건은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을 합산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점유율 산정방식에서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하도록 바꾸는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벌써 49.9%에 달한다. 올해 1월 현재 이들의 점유율은 이미 과반을 넘었을 가능성이 높다. 단, 이는 휴대폰 회선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커넥티드카 등 주로 자동차 회사들이 이용하는 IoT 회선까지 더한다면, 아직 통신3사 점유율은 32%로 여유가 있다.
현재 국내 알뜰폰 시장에서 IoT 회선 수는 409만개로, 전체의 40.6%에 달한다. 차량제어서비스를 하려는 현대·기아차 등도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며 IoT 회선 수는 계속 늘 전망이다. 정작 통신자회사들의 IoT 회선 점유율은 6% 미만이다. 점유율을 산정하는데 분모는 많고 분자는 적으니 사실상 점유율 50%를 넘길 일이 없다.
달리 말해 과기정통부가 점유율 산정방식에서 IoT 회선을 제외한다면, 그 즉시 통신사들은 합산 점유율 50%를 넘기게 되므로 신규 영업을 중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당연히 통신사업자들은 우려하는 눈치다. SK텔레콤의 경우 “정부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알뜰폰 영역 확장을 해온 다른 통신사들은 애가 탄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반발이 크다. 최근까지 3사 중 가장 적극적으로 알뜰폰 시장 파이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KT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지만, 실상 같은 마음이다. 일부 통신사업자는 정부에 “IoT 회선을 제외하되 유예기간을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신규 영업 중지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 해달라는 취지다.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이들로하여금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하게 한다면 가입자가 중소 알뜰폰보다 통신3사로 옮겨가는 비중이 더 클 것이란 염려도 나온다. 오히려 알뜰폰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실정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알뜰폰 1000만 시대에도 시장은 정체 상태로, 오히려 규제보다는 활성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과도한 규제는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알뜰폰은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통신자회사들이 판을 키워온 시장이기도 한 만큼, 대기업 대 중소기업 구도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선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 제한, 심하게는 사업 철수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자회사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과도한 마케팅으로 시장 혼탁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점유율 규제보다는 지나친 사은품 등의 마케팅을 규제하는 게 더 실효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국회에선 통신자회사들의 점유율 제한을 보다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양정숙 의원과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등은 각각 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내 점유율이나 사업자 갯수를 제한하도록 하는 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사업자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규제 개선안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