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D-Day). 사전적 의미는 중요한 작전이나 변화가 예정된 날입니다. 군사 공격 개시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날. 바로 디데이입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 나름 의미 있는 변화의 화두를 던졌던 역사적 디데이를 기록해 보고자 합니다. 그날의 사건이 ICT 시장에 어떠한 의미를 던졌고,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에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8282(빨리빨리), 1004(천사), 1010235(열렬히사모)…
추억의 ‘삐삐’를 기억하시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삐삐’는 연인이나 가족, 친구 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었습니다.
번호를 남겨 전화를 기다리기도 하고 1717111(사랑해), 0404(영원히 사랑해)와 같이 암호와 같은 번호로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죠. 또, 음성메시지를 남기며 약속 장소를 정했습니다. 삐삐 메시지를 듣기 위해 공중전화 앞에서 긴 줄을 서던 경험, 다들 있으시지요?
지금으로부터 무려 39년 전인 1982년 12월 15일은 무선호출기, 일명 ‘삐삐’ 서비스가 시작된 날입니다. ‘삐삐’는 호출 전용의 소형 휴대용 수신기의 일종으로, 호출기 수신 시 내는 ‘삐삐삐~’ 소리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삐삐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곳은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였습니다. 1984년 공기업이던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자회사로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가 탄생하면서 삐삐 서비스는 점차 확대됐습니다. 현재는 경쟁관계에 있는 SK텔레콤이 한때 KT의 자회사였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서비스 초기만 하더라도 액정은 없고 ‘삐삐’ 소리만 들리는 신호음 형식의 제품이 전부였지만, 1986년 전화번호표시가 가능한 액정장치가 달린 무선호출기들이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1991년부터는 서비스 가능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가입자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1992년경 체신부가 무선호출 사업을 민간에 이양하면서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부일이동통신, 해피텔레콤 등 10여 개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삐삐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삐삐는 수신만 할 수 있는 ‘단방향’ 통신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에게 무선통신을 경험하게 해준 첫 기기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한참 삐삐가 유행했을 때는 커피숍에는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었고 “6563번으로 삐삐 보내신 분 전화왔습니다” 식의 방송은 필수였습니다.
1997년 ‘삐삐’ 가입자가 무려 1500만명이나 되는 등 1990년 중반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삐삐는 차츰 시티폰과 개인휴대단말기(PCS)에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삐삐를 받으면 공중전화 앞에서 긴 줄을 서야했던 피로감과 대비해 언제 어디서든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의 등장은 당시 획기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삐삐 가입자 수가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추월당한 것은 1998년 9월입니다.
1995년 100만명에 불과하던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1999년 2000만명을 넘기면서 삐삐는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2009년 11월 삐삐 서비스를 제공하던 마지막 전국사업체인 리얼텔레콤의 폐업으로 사실상 삐삐서비스는 종료 수순을 밟게 됩니다.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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