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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 릴레이'에 생태계 붕괴…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우려

- 1년 가까운 부족 사태로 무너진 반도체 공급망
- 업계 “단기간에 끝날 문제 아니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부족하지 않은 품목을 세는 게 빠를 정도다. 반도체 공급난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이야기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생태계 전반이 흔들리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장비 주요 부품인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존 리드타임(주문부터 납기까지 기간)이 3~4주였다면 최근에는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PLC는 반도체 장비 모니터링 또는 작동 시 사용되는 제어 설비다. 국내 업체는 물론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네덜란드 ASML 등 글로벌 기업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PLC 등 부품 부족이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기판도 공급난으로 조명을 많이 받은 품목이다. 대표적으로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가 꼽힌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패키징에 쓰이는 제품이다. 삼성전기 대덕전자 등이 대형 투자를 결정하면서 수요 대응에 나선 상태다.

아울러 FC-BGA 등 기판 핵심 소재도 수요공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회로 간섭 없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절연 필름 ‘아지노모토 빌드업 필름(ABF)’이 대상이다. 이 제품은 일본 아지모노토가 독점 생산한다. ABF는 온도 변화, 외부 충격 등에 변하지 않는 내구성과 뛰어난 절연성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아지노모토 생산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고객사에서 웃돈을 얹어줘도 못 받을 수준이다.

일부 반도체 업체는 FC-BGA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신개념 패키징 기술, 대체재 도입 등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재 및 부품 가격은 천정부지인데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업계에 연쇄 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반도체 원재료 실리콘웨이퍼도 내년부터 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공급이 빡빡한 가운데 일본 대만 등 주요 업체가 아직 증설을 본격화하지 않았다. 당장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2년 내외 시간이 필요한 만큼 해당 기간에는 수요 대응이 어렵다는 의미다.

텅스텐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소재도 마찬가지다. 수요 상승 – 가격 급등 – 공급난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에서 시작한 공급난이 ‘부족 릴레이’로 확산된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1~2개 품목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니고 대부분 이슈가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반면 반도체 수요는 줄지 않고 더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길어질 것이라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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