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내 대표 양대 플랫폼사 수장이 바뀌었다. 시가총액 3위 ‘네이버’, 4위 ‘카카오’가 연이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것. 네이버는 파격적인 전면 쇄신을, 카카오는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책을 내놓았다.
방식은 달랐지만, 양사 모두 ‘글로벌’을 향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새로운 매출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여정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전방위적 플랫폼 규제 압박 돌파구로도 읽힌다.
◆카카오, 여민수-류영준 대표 내정 ‘안정적 성장’=25일 카카오는 이사회를 열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카카오는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번 인사는 여민수 대표와 함께 카카오를 이끌고 있는 조수용 대표 임기 만료에 따른 조치다. 조 대표는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카카오는 새로운 리더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카카오는 ‘안정적 성장’을 택했다. 카카오톡 비즈보드 성공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는 공헌을 세운 여 대표를 연임했다. 경영적 성과를 입증한 여 대표를 통해 안정적으로 조직을 꾸려가고, 동시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연속성 있는 고민도 함께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등으로 곤혹을 치른 카카오는 초심으로 돌아가 소상공인 상생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여 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민해 왔다.
반면,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만의 벤처 DNA를 살려 도전정신을 깨우고 글로벌 진격에 앞장선다. 1977년생 만 44세 류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류 대표는 중소 IT기업 개발자로 시작해 삼성SDS를 거쳐 2011년 카카오에 입사했다. 그는 카카오톡 내 음성통화 서비스 ‘보이스톡’을 주도적으로 개발했으며, ‘선물하기’ 서비스 기획에도 참여했다.
김범수 의장에게 카카오톡 결제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도 류 대표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성공했고, 기업공개(IPO) 흥행까지 이뤄냈다. 성공시켰다. 2017년 1월부터 독립법인 카카오페이 대표로 지내며 혁신 생활 금융 서비스, 지갑 없는 사회 실현을 가시화했다. 특히, 카카오페이 IPO를 성공시켰다.
개발자로 시작해 기획, 비즈니스 등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며 카카오페이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혁신 기업으로서 본연의 DNA를 살려 카카오 글로벌 도약을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다. 도전하고 성과를 내고야 마는 류 대표 성향과 글로벌에서 한 획을 그어야 하는 카카오 니즈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현재 카카오는 블록체인과 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해외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네이버, 최수연-김남선 경영진 체제…리더십 전면 개편=네이버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업 지원 책임자인 최수연 책임리더를 CEO 내정자로 승인했다. 사업개발과 투자 및 인수합병(M&A)을 맡고 있는 김남선 책임리더는 최고재무책임자(CFO) 내정자로 결정됐다.
한성숙 네이버 현 대표 공식 임기가 1년4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이뤄진 경영진 교체에다, 1981년생 젊은 여성 리더를 등용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 내정자는 한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도 알려졌다.
공대생 출신인 최수연 내정자는 2005년 네이버에 입사 후 4년간 커뮤니케이션‧마케팅 조직에서 근무하다,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교 졸업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변호사로 재직, 이후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2019년 네이버 글로벌 사업지원 담당 책임리더로 합류해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신임을 두텁게 받았다.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경영진과 사업부서 간 문제를 조율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네이버 이사회는 최 내정자를 글로벌 사업 전략 및 해외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점을 높이 샀다.
김남선 CFO 내정자는 서울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크라벳, 스웨인&무어 등에서 변호사를 재직한 후 글로벌투자사 모건스탠리, 맥쿼리 등을 거쳤다. 지난해 네이버에 합류하자마자 전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고 이마트‧신세계 지분 교환 등 빅딜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새로운 경영진은 글로벌 경영 체계를 탄탄히 하고 기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방침이다. 이에 라인을 제외한 해외매출 비중 35% 달성 목표를 조기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라인 매출을 네이버에 포함할 경우, 네이버 해외 매출 비중은 30%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양 내정자는 TF를 가동해 전반적인 인사‧조직개편을 포함한 세대교체 청사진을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가 카카오와 달리 파격적인 인사를 내놓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5월말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이후 네이버 경영쇄신 요구가 이어졌다. 이해진 GIO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것이 근본적이고 본질적 해결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면적인 변혁을 위해 기업 내부 문화를 알면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융합해 조직을 쇄신할 수 있는 인재들로 경영진을 교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