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유료방송 시장이 저가 수신료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콘텐츠 투자와 사업자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홍종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11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 콘텐츠산업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저가 수신료 구조 속에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은 낮은 프로그램 사용료 때문에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IPTV 3사 등 유료방송 플랫폼이 PP간 콘텐츠 거래 금액은 해외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콘텐츠 제값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콘텐츠 투자를 통한 양질의 콘텐츠 생산,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개선, 사업자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이어 홍 교수는 “함께 노력해서 저가 유료방송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며 “채널가치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연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유료방송 품질 개선을 통해 낮은 유료방송 요금을 정상화 하고, 플랫폼과 PP의 동반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유료방송시장의 정상적 발전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 역시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 대비 우위를 가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면서 선순환 투자 생태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 교수는 “국내 OTT 기업의 국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생에 기반한 계약관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료PP 프로그램 사용료 정상화 ▲불공정한 채널공급계약 지연 관행에 대한 제재 ▲IPTV 3사의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유료방송 ARPU 정상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이 같은 논의에 대한 공감이 이뤄졌다. 유홍식 중앙대학교 교수는 “IPTV 사업자는 케이블TV 인수 등을 감안해 사실상 유료방송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데, 지상파·종편엔 수신료를 제대로 주면서 중소PP들엔 주나마나 하는 느낌”이라며 “IPTV 사업자가 제값을 치르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저가 유료방송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도 설득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요금 지불 의사가 생기도록 해야한단 지적이다.
중소PP를 대변하는 박란 중소PP협회장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선보인 줄다리기 게임을 예로 들며 “드라마에 나온 줄다리기 게임은 누가 봐도 체급이 맞지 않은 불합리한 경기였지만, 이른바 ‘깐부’ 할아버지의 조언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이는 곧 약자들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 역할은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정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이슈 나올 때마다 중소PP들은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며 “건강한 상생과 PP 성장을 위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유료방송 상생발전협의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 수석은 “공정한 PP 평가 기준을 만들고 합리적인 프로그램 사용료 산정 기준을 정하기 위해 협의회 설치·운영이 필요하다”며 “PP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기준을 협의체에서 평가·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