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이른바 ‘인앱결제강제금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애플은 인앱결제를 고수하고 있다. 애플은 개발사에게 앱 외부에서 자체 결제 수단을 알릴 수 있는 지침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앱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앱결제 정책을 유지했다. 이를 인앱결제 허용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2일 개정된 앱스토어 심사지침에 따르면 애플은 자체적인 인앱구매 이외 방법을 이용하기 위해 개발자‧사업자가 앱 내 취득한 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개발자는 앱 외부에서 외부 결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인앱결제 외 앱 외부에서 결제 후 앱 내에서 이용하는 방법 등이 가능해 현 정책이 개정법에 부합한다는 애플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앱 내‧외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개정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PC를 통해 네이버 홈페이지에 접속해 웹툰 쿠키를 ‘네이버페이’로 구매한 A 이용자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은 네이버웹툰 앱으로 이 쿠키를 사용해 특정 웹툰 다음회차를 미리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자에게 안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취지를 고려하면, 네이버웹툰 앱 내부에서도 네이버페이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심지어, 애플은 국내법을 준수하기 위해 반쪽짜리인 이같은 심사지침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에픽게임즈 소송,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합의 등에 따른 조치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애플에 90일 내로 외부 결제용 링크를 앱에 넣는 것을 허용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항소가 끝날 때까지 앱스토어 외부 결제 허용 명령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애플은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미국 중소 개발사들과 외부 결제를 홍보할 수 있고, 수수료 감면 정책을 3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애플은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 앱스토어 내 일부 앱 대상으로 외부 결제 링크 공유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이같은 지침은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애플은 앱스토어에 속한 개발자‧사업자가 사용자에게 외부결제 링크를 공유하지 못 하게 했으나, 이를 수락하기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앱 외부에서 다양한 결제 수단을 홍보할 수 있도록 용인해줬을 뿐, 인앱결제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
이같은 문제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외부 링크를 통해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할 있더라도, 앱스토어에서 허용하지 않으면 합법이라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조승래 의원도 애플과 구글을 향해 국내법 준수를 촉구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 후라면 위반 행위가 맞으며, 법 취지에 반한다“고 답변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윤구 애플코리아 대표는 본사에 관련 내용을 전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이 통과되고 국감에서 지적했음에도, 애플은 대한민국을 무시하고 창작자를 강탈하려 한다“며 ”애플이 외부 링크를 통해 결제 수단을 홍보하는 행위를 허용하겠다는 것이지, 앱 내 외부결제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말장난“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방통위는 애플‧구글에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준수를 위한 이행계획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확인되지 않으면 현행 법률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사실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지했다.